[한국전기연구원 창립 45주년]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장 “SW 중심 KERI로 상향식 조직 혁신 기틀 마련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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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연구와 시험, 조직문화 전반에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강화한다. SW를 접목 활용해 연구개발(R&D) 성과를 고도화하고, SW적 사고로 보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든다.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연구환경을 다져 기업과 국민이 체감하는 연구성과를 도출,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도약한다.

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장은 “이미 산업은 물론 사회와 국가 전반에 SW를 배우고 활용하려는 문화가 깊숙이 들어왔다. KERI는 SW를 기반으로 미래에 방점을 둔 새로운 연구문화를 안착하고 고부가가치 연구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3개월을 맞은 명 원장은 최우선 목표로 '미래 지향적 연구 환경 구축'을 꼽았다. 목표 달성을 위한 매개체이자 핵심 키워드로 'SW'를 제시했다. SW를 적극 도입 활용하고, SW적 사고 아래 SW 기반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SW 중심 KERI'다.

명 원장은 “KERI에서 35년을 몸담았다. KERI의 빼어난 연구성과와 연구에 대한 열정은 어떤 출연연에도 뒤지지 않는다”며 “'부드럽고 강한 SW 중심 상향식 조직 문화'를 안착시켜 개인은 물론 KERI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SW중심 연구와 조직문화”

-취임 3개월째다.

▲많은 도움 속에 염원했던 원장이 돼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기관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하는 책임감도 무겁게 느낀다. 감사 인사를 다니면서 다시 한번 KERI에 바라는 역할과 기대치가 매우 크다는 것을 느꼈다. KERI가 나아갈 방향을 성찰하고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취임사에서 '새로운 미래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연구원 기틀 다지기'를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 기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로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KERI는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미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그간 쌓은 공든 탑도 무너진다. 지속 가능한 연구원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연구원 기틀은 미래 지향적 조직 개편과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으로 구현하겠다. 성과 창출 못지않게 임직원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공감하는 밝은 조직문화를 만들겠다.

-지속 가능한 연구 기틀 다지기에서 SW에 주목한 이유와 SW 역할은.

▲기존 하드웨어 중심 연구 기반과 연구성과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이제는 SW시대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SW가 주목받는 시대가 펼쳐치고 있다. KERI의 현재 역할과 책임(R&R)이 있기에 하드웨어에서 SW 중심으로 급진적 전환은 어렵겠지만 임기 중에 SW 중심 구조로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 그 매개체이자 핵심 키워드가 S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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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중심에서 SW중심으로 연구와 조직문화를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하는 명성호 원장.

-어떤식으로 SW 중심 연구기틀을 만든다는 것인가.

▲기존 하드웨어 중심 연구 기획과 추진, 성과 창출을 SW 중심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미래를 향한 연구는 SW 접목과 활용, SW적 성과 창출이 필수다. KERI가 축적해 온 다양한 강점을 계속 살리면서 SW와 연계해 고도화해 나간다. SW와 친근하고 SW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현업 내부 교육을 강화하고, 필요시 SW 전문 경력인재도 채용할 방침이다.

-운영 기조로 '상향식 조직문화'를 제시했다.

▲SW 중심의 지속가능한 연구 기틀 마련과 상통하는 기조다. 상향식 조직문화는 모든 직원이 각자 생각을 거리낌 없이 개진하고, 그러한 목소리가 잘 전달돼 기관 발전에 기여하는 환경이다. 기존 하향식 문화가 구호부터 외치고 명령을 하달하는 딱딱하고 정형화된 하드웨어 방식이라면, 상향식 문화는 의견 개진과 경청, 설득 과정을 중요시하는 부드럽고 강한 SW적 실천 방식이다.

상향식 조직문화 혁신은 모든 임직원이 그 가치를 이해하고 스스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보일 때 이룰 수 있다. 열심히 일하면서 편하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와 이를 장려하는 환경이 중요하다. 선배는 후배의 의견 개진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서는 깔끔한 인정과 진솔한 사과를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조직 내 직급은 다를 수 있지만,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은 누구나 평등하고 공정한 것이 상향식 조직문화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집단 천재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탄소중립 기술 '스마트EMS' 개발

-'기업과 국민이 실적으로 체감하는 성과'도 강조했다.

▲SW 중심 상향식 조직문화 혁신으로 달성하려는 목표다. 기업 체감 성과는 기술개발의 파급 효과와 시장을 고려해 이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추진해 나온 성과다. 명확한 목적과 타깃 없이 막연하게 연구하고, 개발 기술이 활용되기를 기다리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기업에 필요한 기술은 당연히 체감도도 높고, 연구자 스스로도 누군가 이 기술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할 때 자부심과 동기부여가 생긴다.

국민 체감 성과는 연구개발 성과를 국민 관점에 바라보며 확산해 나가자는 의미다. 전기기술은 산업계에서 많이 활용하지만, 국민 행복과 편리한 삶에 대한 영향도 크다. 정부 출연연은 국민 신뢰가 있어야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다. 전기기술을 응용한 환경 문제, 각종 사회이슈 분야에서 KERI가 기여할 수 있는 연구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 추진해야 한다.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 가운데 가장 많은 6개 SNS채널(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TV)을 보유하고, 이를 활용해 대국민 소통을 적극 전개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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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원장은 임기 동안 상향식 조직문화를 안착시켜 지속가능한 KERI 연구 기반을 다져 놓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화두다. KERI 역할과 주요성과, 계획은.

▲탄소중립의 핵심은 에너지 사용이고, 에너지 사용의 중심에 전기에너지기술이 있다. 전기를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활용하느냐가 탄소중립 실현의 관건이다. KERI의 역할이 중요하고 주목받는 이유다.

KERI는 미래 탄소중립 기술로 '스마트EMS(Energy Management System)'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국산화에 성공한 '차세대EMS'는 기존 전력계통을 통합·제어하고, '스마트 EMS'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신재생에너지까지 통합·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저장 전송에서 아직까지 불안정성 우려가 있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합 관리하게 되면, 범국가적 탄소중립 실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탄소중립의 거점이 될 'KERI 광주스마트그리드본부'를 완공했다. 이곳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분산전력, 전력변환 등 탄소중립을 구현할 다양한 R&D를 추진한다.

전력기기와 소·부·장 분야에서 최근 '육불화황(SF6) 대체 친환경 가스 및 개폐장치 개발',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저장 기술 개발', '국내 최초 공중 풍력발전 연구개발 수행'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탄소중립과 관련해 전기선박육상시험소(LBTS) 운영 성과는.

▲LBTS는 고부가 전기선박 핵심기술 개발과 관련 산업 지원을 위해 지난 2015년 국내 처음으로,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구축한 시설이다. 지난 7년 동안 연구비 990억원 규모 25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국내 첫 독자 설계·건조 3000톤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장보고-Ⅲ급)'의 성공적인 개발 진수도 LBTS 운영 성과다. 이를 포함해 전기선박 분야 401개 항목 시험을 수행해 192건 개선 및 보완 사항을 도출했고, 건조기간 단축 368일, 건조기간 단축에 따른 전력화 지연손실 비용 4684억원 절감 효과를 거뒀다.

기술수입 대체효과 370억원, 전기선박 관련 산업 발전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약 270억까지 포함하면 총 5000억원 이상의 파급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iC 전력반도체, 피뢰기 등 연구투자 확대

-올해 KERI가 거둔 주요 성과는.

▲연구분야는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를 꼽을 수 있다.

전기차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직류 전기를 교류로 바꿔 모터(전동기)에 공급하는 인버터의 핵심부품이 전력반도체다. 해외 수입에 의존했던 부품으로, 최근 글로벌 공급 부족 사태까지 벌어졌다. KERI는 SiC 전력반도체 기술 국산화를 넘어 가격 경쟁력 확보와 대량생산 기반까지 마련했다.

차세대 전지인 전고체전지의 핵심 소재 고체전해질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침 제조기술', '특수 습식합성 및 최적 합침 기술'도 개발, 기업에 이전해 양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 세 번째로 개발한 'X-band 선형가속기'는 암 표적 치료 실현에 기여할 것이다.

시험인증 분야는 '185억원 규모 HVDC 전력기기 국제공인 시험인프라 구축', '세계 최초 전기차 글로벌 상호운용 적합성 평가기관 지정', '국내 최초 친환경 전기선박용 배터리 시험인증 기관 지정', 등의 성과를 거뒀다.

-시험인증 역량은 이미 세계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KERI는 전력기기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이다. 시험설비 규모는 세계 2위 수준을 자랑한다. 2011년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 정회원 자격 획득을 비롯해 이미 시험인증 분야에서 수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더 높여야 한다. KERI 글로벌 인지도 상승은 우리 시험 성적서를 활용하는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수출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향후 집중할 유망 연구 분야는.

▲앞에 언급한 SiC 전력반도체는 전기차에 적용하면 에너지효율을 10% 이상 높일 수 있다.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상용화 개발 투자를 이어간다.

제조AI융합 R&D 투자도 늘린다. 지난해부터 캐나다 워털루대와 손잡고 추진하고 있는 제조AI 기술은 지역산업에 큰 활력을 안겨주고 있다. AI 기술을 창원 기계산업에 접목해 기업 생산·효율성 증가, 공구 유지비와 불량률 감소 등 다양한 효과를 거뒀다. 최근 부산시로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협약도 체결해 동남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전압으로부터 전자기기를 보호하는 '피뢰기 국산화'도 중점 연구개발 분야로 설정했다. 최근 기상이변과 잦은 낙뢰(직격뢰) 발생으로 각종 기간시설물이나 전자기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피뢰기는 이러한 피해를 막아주는 핵심기술이자 제품인데 외산에 의존해왔다.

향후 전기 직류(DC) 시대에 대응하는 투자도 늘린다. 저압(LVDC)부터 고압(HVDC)까지 직류배전 기술을 고도화해 전력 공급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재생에너지와 분산전력 확대에 기여하겠다.

전기의료기기 R&D도 '예방의학' 중심으로 연구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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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 14대 원장

<명성호 원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KERI에 들어와 차세대전력망연구본부장, 미래전략실장, 연구부원장, 시험부원장을 지냈고 원내 출신으로 원장에 선임된 전통 KERI맨이다. 대외적으로는 국제대전력망회의(CIGRE) 전기환경 부문 한국대표, 한전 열린경영위원, 경남테크노파크 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에너지학회 이사, 대한전기협회 한국기술기준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