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제주포럼 "소부장 혁신 없인 2~3나노 힘들다"

“이제 대한민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은 국산화라는 말을 잊어야 합니다. 세계화해야 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글로벌 가치사슬 속에서 경쟁력을 만들지 못합니다.”(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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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제주 난타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 10회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주포럼에서 로직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의 기술 방향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콘도 토모야스 한국알박 부회장, 신철 에스앤에스택 연구소장, 이현덕 원익IPS 대표, 정순문 삼성전자 상근고문,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좌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이근수 DCT머티리얼 대표, 안진호 한양대 교수, 김봉석 한양대 교수가 참여했다.

반도체 산업 리더와 전문가들이 첨단 미세공정 경쟁이 한창인 반도체 시장에서 혁신과 협력 관계 재정립을 주문했다. 현재 반도체 산업 생태계로는 치열한 전쟁 속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난 5일 제주 난타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0회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주포럼에서 산학 반도체 전문가들이 반도체 기술 혁신과 견고한 생태계 조성 방안을 모색했다. '반도체 로직기술의 동향과 미래'를 주제로 초청 강연을 맡은 김봉석 한양대 교수는 반도체 미세공정 변화를 전망하며 “반도체 제조사가 첨단 공정에 필요한 재료와 기술을 우리 소부장 기업이 먼저 개발해 제안하고 함께 협력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화두를 던졌다.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는 기존 기술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가 많으며 소부장 혁신 없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패널 토의에서 정문순 삼성전자 상근고문도 거들었다. 정 고문은 초미세 공정 단계로 진입할수록 반도체 소재와 제조장비 변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2~3나노 수준에서는 반도체 공정 단계를 줄이고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소재와 장비를 개발하지 않으면 반도체 생산이 어렵다”면서 “이는 소부장 기업에 혁신을 요구하는 한편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미세 공정 난제를 해결할 소부장 기술을 개발하면 2~3나노 첨단 공정 시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부장 기업도 이러한 문제에 공감했다. 특히 메모리 분야에 치우친 우리 반도체 산업의 문제가 소부장에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 시장 점유율이 9%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이현덕 원익IPS 대표는 “파운드리(로직) 장비 상황은 메모리보다 취약하다”면서 “앞으로 반도체 장비 업계도 파운드리 공정 분야와 궁합이 맞는 장비를 선행 개발하지 않으면 시장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증착·식각·세정 등 반도체 제조 공정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장비 회사가 국내에는 없는 만큼 반도체 제조사와 긴밀한 협력이 차세대 장비의 선행 개발을 위한 단초라고 덧붙였다.

'국산화'라는 명분 아래 혁신 없는 소부장산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소부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반도체 제조 강국이 되려면 기존 장비 개선이나 국산화만으로는 힘든 시기”라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혁신을 먼저 준비하고 만들어서 반도체 제조업체에 제공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만들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수 DCT머티리얼 대표는 “혁신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는 소부장 제품을 반도체 제조사와 공동 개발하고 우선 공급할 수 있는 견고한 공급망 생태계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안진호 한양대 교수와 신철 에스앤에스텍 연구소장, 콘도 토모야스 한국알박 부회장도 참여해 새로운 반도체 혁신에 대한 방법론과 생태계 조성을 논의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