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상선이 상장 계획을 철회한 가운데 모회사인 SM그룹 우오현 회장이 이를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M그룹은 해운업황을 낙관, 내년 상반기께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별개로 애초 계획했던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통한 노선 확대 등 투자는 당분간 자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4일 SM그룹 고위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가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 결과가 예상보다 미진하게 나온 데 대해 우오현 회장에게 유선 보고를 했다”면서 “이를 들은 우 회장이 '(SM상선) 실적이 잘 나오는데 저평가를 받으면서까지 상장을 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며 상장 철회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3일 SM상선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 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워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수요 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은 SM상선 희망 가격 범위인 1만8000원~2만5000원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애초 SM상선이 회사 가치를 1조5230억원~2조1153억원으로 평가, 희망 가격 범위를 정했던 만큼 이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실제 SM상선 올해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당기순이익만 1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매주 400억원 안팎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배로 다른 국적 원양선사인 HMM PER(약 3.2배)에 비해 낮다.
SM그룹은 내년 상반기께 SM상선 상장을 재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상장 예비심사 통과 이후 6개월 내 상장해야 하는데다, 해운업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다우 운송지수는 지난 2일 1만7039.38포인트로 지난 10년 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이 지수는 해운 등 미국 내 대형 운송물류회사들 주식을 지수화한 것으로 실물 경기 파악에 쓰인다. 이 같은 결과는 해운업황이 피크아웃(고점 통과)이라는 국내 기관투자자 평가와 대비된다.
SM상선은 애초 계획했던 상장 후 자금 조달을 통한 미주 및 아주노선 확대, 선복 확충 등 약 3000억원 투자를 당분간 자기자본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SM그룹 고위 관계자는 “각종 투자를 위해 상장 후 조달하려던 자금 규모는 약 3000~4000억원이었다”면서 “하지만 현재 벌어들이는 수익과 향후 해운업황, 자기자본 등을 감안하면 자체 충당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해운업계가 제2차 운임 상승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면서 “시기 조율을 통해 적정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때,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