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인공지능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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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호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본부장.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등장한 인공지능(AI)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와 파급력으로 일상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TV만 보더라도 디지털 휴먼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AI 호텔에서 로봇이 필요한 물건을 전달하는 등 이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AI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활용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양의 데이터 학습과 데이터 전 처리, AI 모델 구축, 정확도 검증, 실행 운영, 재학습, 검증 등 반복 작업이 끊임없이 필요하다. 특히 생명 및 안전과 관련된 AI 모델이라면 더욱더 많은 검증 작업을 통해 정확도를 높여야 하는 작업이다. AI 정확도는 데이터 학습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어떤 데이터셋을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챗봇 '테이'와 한국의 '이루다' 사례는 머신러닝에 기반한 AI 챗봇이 사람들과 대화하며 많은 학습을 하는 과정에서 소수의 악성 이용자에 의해 잘못된 학습이 이뤄져 욕을 하거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 등 결과를 초래한 잘못된 데이터 학습 전형에 해당한다.

인간 데이터는 AI를 만드는 중요한 재료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인류가 선사시대부터 2000년까지 생산해 낸 정보의 양보다 최근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을 활용해 3년 동안 쌓은 데이터 양이 더 많을 정도다. 시장조사기관(IDC IGIS)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는 163제타바이트(ZB)에 이를 것이란 예측 자료도 있다. 1ZB는 1024엑사바이트(EB, 1조1000억GB), 즉 2시간짜리 고화질(HD)급 영화가 2500억편 저장되는 용량이다. 이 많은 데이터를 누가 소유하고 어떤 데이터셋으로 가공돼 학습되는지 궁금증을 더한다. 수많은 편의와 이익을 가져다 주는 AI임에도 데이터에 내재된 편견이 AI를 각종 편향과 차별, 오류에 의한 안전 위협, 범죄자의 악용 등으로 사회를 혼란시킬 수도 있다. 데이터 독점과 AI 접근성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부의 집중이 이뤄질 수도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국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과 부의 집중 현상이 가속화하는 부분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의 양극화와 선택된 소수에 의해 AI 알고리즘에 편견이 가해지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사람이 AI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AI 민주화 운동이 일고 있다. 모든 사람이 적어도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야 하며, AI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편향에 직간접 형태로 관여해야 한다. 내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내 데이터가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고 AI 알고리즘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주체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이러한 AI 민주화와 마이데이터 운동을 위해서는 사회적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AI 교육 접근권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회와 혜택을 제공한다는 의미의 기본적인 인권으로, AI 시대의 사회적 필수 인프라로 생각된다. 광주시는 AI 교육 접근성을 위해 유치원부터 대학원에 이르는 생애주기별 AI 인재 양성 사다리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특히 광주 AI사관학교에는 전국적인 관심을 통해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여기에 모인 청년들은 AI 교육을 통해 사회적 기회 불평등 문제 해소와 함께 계층 사다리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교육시스템은 AI에 대한 개개인의 주체적 역량을 길러 나가는 AI 민주화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에서 'AI 민주화'를 선언했다. 국민 누구나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과 함께 광주시를 AI의 핵심 거점 도시로 만들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현대사의 흐름을 바꾼 도시이자 민주화의 도시 광주가 시작해야 한다. 광주시는 지난 2018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으로 AI 클러스터를 선택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고 민첩하게 미래도시로의 진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광주시가 디지털 대전환의 중대한 시기에 AI 민주화와 마이데이터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고 디지털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공정사회를 만들어 가는 도시가 돼야 할 시기다.

임정호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ICT융합본부장 ijh1284@gitc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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