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KT 통신 장애, 피해보상 논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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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광화문 사옥

25일 전국적 규모로 발생한 KT 유·무선 통신 장애와 관련해 구현모 대표가 회사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함에 따라 보상방안에 대한 논의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통신 장애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용약관에 따른 손해배상 기준에는 부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KT가 도의적 차원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보상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상 기준·대상 등을 두고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보상 논의 본격화

구현모 KT 대표는 통신장애 사태와 관련해 “조속하게 보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KT 피해상황 접수창구 마련 및 보상방안에 대한 검토를 당부했다.

KT와 과기정통부, 관계기관은 25일 사고 발생 이후 이틀에 거쳐 장애발생 경위와 조치내역, 로그기록 분석, 네트워크 설정상황 등을 정밀 조사했다. 그 결과 네트워크 경로설정(라우팅) 오류 등 KT 책임을 확인하고 이용자에게 합리적 보상안을 마련하는 데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KT 초고속인터넷 약관 손해배상 조항에 따르면 이용자는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1개월간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누적시간이 6시간을 초과할 경우 장애시간 6배 요금을 배상한다.

이 같은 기준에 비춰볼 때 최대 이틀간 지속된 아현화재 사태와 달리 25일 통신장애는 이용약관에 근거해 책임을 지는 법리적 개념인 '배상'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KT가 도의적 책임을 인정한 만큼 합당한 '보상'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서비스 재개에 1시간 이상 소요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법리적인 배상액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KT 이용약관 기준을 준용해 배상한다고 가정하면 73억원 수준 손해배상 금액이 비용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외 보상 사례는

KT가 보상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과거 통신장애 사태 당시 보상·배상액이 준거가 될 전망이다.

KT는 2018년 11월 발생한 아현국사 화재 당시 음성통화 불가 등으로 불편을 겪은 이용자에게는 1~6개월치 요금을 매달 감면했다. 통신장애로 카드 결제 불가 등 피해를 당한 소상공인 1만2000여명에게 70억원 규모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에 앞서 LG유플러스는 2017년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이동성관리장비(MME)의 물리적 장애로 인한 통신망 과부하로 통신 장애를 일으킨 사태와 관련, 신청자 한정 개별 보상안을 내놨다.

SK텔레콤의 경우 2014년 가입자 확인 모듈(HRL) 문제로 인한 통신망 장애가 발생했다. 당시 통신 장애가 저녁 6~12시 사이에 발생해 대리기사, 퀵 서비스 기사 등이 업무에 차질을 겪었다. SK텔레콤은 '서비스 장애요금 감액'과 통신장애로 2차 피해를 입은 가입자에게 '서비스 장애 보상금'을 지급했다. 보상 규모에 불만을 표시한 이용자들이 모여 SK텔레콤에 인당 10만~20만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이날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KT네트워크 관제센터를 방문해 KT에 후속대책을 요구했다. 임 장관은 “재발 방지 대책과 이용자 보호 대책을 촉구했다”며 “다양한 계층에서 인터넷 장애로 피해를 보았으니 계층별로 신속하게 보상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고원인 분석반'도 구성했다. 분석반은 라우팅 오류 발생원인, 오전 교체작업을 실시한 이유, 사이버공격 여부 등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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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는 통신망 마비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이통 3사 로밍서비스'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과 관련해서도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로밍 서비스는 네트워크 에지(말단) 부분에서 동작하도록 돼 있는데, KT 통신장애의 경우 코어 네트워크에서 발생해 로밍대책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T 관계자는 “정확한 사태 원인분석과 보상방안을 정리하는 대로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갖겠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24일 발생한 KT 아현국사 화재 당시 1차 보상안 발표까지 16일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1~2주 이상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손지혜기자 jh@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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