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팹리스 리벨리온이 삼성전자 5나노 공정으로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한다. 삼성전자 최첨단 5나노 미세공정에 해외 대기업이 아닌 국내 스타트업이 들어가는 첫 사례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볼 수 있다.
그간 국내 팹리스에 삼성전자 첨단 미세공정 라인은 '넘사벽'과 같았다. 삼성전자가 작은 팹리스까지 대응할 여력이 없어 글로벌 팹리스 물량 위주로 취급했다. 삼성 자체 칩이나 퀄컴, 애플 등 빅테크 기업 칩만 생산했다.
국내 팹리스에 개방한 것은 삼성전자를 둘러싼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개발 역량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종류가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는 파운드리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팹리스 고객사는 물론 설계 자동화 등 파트너사와 선순환 생태계가 필요하다. 삼성이 글로벌 빅테크만 상대한 것도 이런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 생산라인에 최적화된 팹리스 설계를 지원할 디자인하우스 육성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리벨리온 사례는 이 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 파트너 디자인하우스인 세미파이브가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팹리스, 디자인 설계회사, 파운드리 등 생태계 주체 간 협업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대만 TSMC가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으로 군림하는 힘의 원천도 33년간 한 우물을 파며 육성한 네트워크 생태계 덕분이다. 삼성전자의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목표도 팹리스-디자인하우스-파운드리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갖추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시설투자만 늘린다고 될 수 없는 게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다.
리벨리온 사례가 출발선이다. 제2, 제3의 리벨리온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도 선순환 궤도에 진입한다. 선순환 생태계는 시스템 반도체에서 삼성을 정상에 올려놓을 뿐만 아니라 국내 팹리스도 퀄컴과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생태계 조성에 삼성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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