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과학향기]한국, SLBM과 초음속순항미사일 개발 성공!

지난 9월 15일, 우리나라는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충남 안흥에서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400km 남쪽 제주도 서쪽 해역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명중시킨 것이다. 지금까지 SLBM 발사는 미국, 중국, 인도,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에서만 가능했는데, 이번 성공으로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끼게 됐다. 이와 함께 청와대와 군 당국은 국산 초음속 순항미사일도 공개했다. 기존 순항미사일은 대개 음속 이하로 비행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요격당할 수 있지만, 이번에 공개된 순항미사일은 음속의 수배에 달하는 속도로 비행해 효과적으로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두 무기의 원리와 개발 의의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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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5일 도산안창호함에서 발사된 SLBM의 모습. (출처: 국방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란

탄도미사일은 발사 지점부터 목표 지점까지 포물선 형태를 그리면서 날아가는 미사일이다. 탄도미사일은 우선 1~3단의 로켓 추진체를 이용해 대류권 상층 혹은 성층권까지 올라간다. 그 다음 중력에 의해 낙하하면서 가속도를 받아 빠른 속도로 목표를 타격한다. 탄도미사일은 속도가 매우 빨라 단거리용도 음속의 4~7배,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음속의 20배에 달한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상대가 미사일 발사 위치를 탐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개발됐다. 기존 탄도미사일은 주로 지상 혹은 지하에 설치된 고정된 발사대에서 발사한다. 그런데 발사대가 고정돼 있는 경우, 그 위치가 알려지면 상대국이 발사대를 먼저 타격해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다. 실제로 적대 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서로의 탄도미사일 발사대 위치를 알아내고자 끊임없이 정찰을 하고 있다.

반면에 잠수함에 발사대를 설치하면 수면 아래로 잠수해 미사일 발사 위치를 은폐하는 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잠수함은 유리한 위치로 움직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처럼 은폐한 채 이동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SLBM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높다. 시험 발사식에 참여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이번 SLBM 개발로, 특히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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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BM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도산안창호함.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발사 위치를 은폐하거나 유리한 위치로 움직여 발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출처: 청와대 유튜브 캡처)

◇SLBM의 핵심, 콜드런치

SLBM의 핵심은 '콜드런치(cold launch)'라고 불리는 발사 기술이다. 미사일 발사 방법은 크게 핫런치(hot launch)와 콜드런치로 구분되는데, 핫런치는 발사 직후 점화 해 발사하는 방식이다. 핫런치는 발사대 설치와 발사 방법이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사 직후 고열이 발생해 발사대를 손상시킬 위험이 있고, 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로 인해 발사 위치가 발각되기 쉽다는 단점도 있다. 애초에 은밀하게 발사할 수 있다는 잠수함 발사의 이점이 크게 손상되는 것이다. 게다가 잠수함은 고정된 발사대에 비해 내구도가 약할 수밖에 없어, 핫런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잠수함 선체가 손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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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의 발사대에서 핫런치로 발사되고 있는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 핫런치는 발사 방법이 단순하지만 고열로 발사대를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SLBM은 콜드런치 방법으로 개발된다. 콜드런치는 압축된 공기를 방출할 때 생기는 강력한 압력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이다. 우선 미사일을 탑재한 발사관 아래에 압축된 공기를 주입해 놓는다. 압축된 공기를 방출해 그 압력으로 미사일을 발사한다. 미사일이 적당한 고도에 이르렀을 때 점화해 지속적인 추진력을 얻게 한다. 잠수함에 콜드런치 방식을 사용하면 수면 아래서 미사일을 발사한 뒤 미사일이 수면 위로 올라갔을 때 점화를 시키는 일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핫런치 방식에서 열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점이 콜드런치에서는 발생하지 않게 된다.

◇정밀성과 속도를 모두 갖춘 초음속순항미사일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과 날개의 양력을 이용해 비행하는 미사일이다. 쉽게 말해서, 일반적인 비행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제트엔진을 통해 전방으로 날아갈 추진력을 얻고, 날개에 작용하는 양력으로 계속 공중에 떠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순항미사일은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면서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그리고 미사일에 내장된 컴퓨터를 통해 궤적을 정밀하게 조정하여 명중률을 더욱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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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초음속 순항미사일이 표적에 명중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유튜브 캡처)

순항미사일의 단점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해군의 기존 주력 미사일이었던 '해성'은 음속보다 약간 느린데, 이 정도면 상대가 요격해 방어할 수 있다. 그런데 새로 개발된 국산 초음속순항미사일은 음속의 최소 두 배에 달하는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상대가 탐지하기도 어렵고, 탐지하더라도 요격하기가 어렵다. 초음속순항미사일은 강력한 추진력을 내기 위한 초음속 엔진 기술과 빠른 속도에서도 궤도를 조절하는 정밀제어 기술, 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고온을 견디는 내열 소재 기술 등이 집약된 첨단 무기로, 그만큼 개발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 개발 성공으로 동해 및 서해상 전역을 타격할 수 있고 특히 북한에서 최근 시험 발사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을 압도할 수 있게 됐다.

글: 강규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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