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장 IMF 상임이사 인터뷰서 발언
허장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가 '한국형 재정준칙' 법제화가 늦어질 경우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에 대한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뢰가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허 이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허 이사는 행정고시 35회로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등을 역임한 경제전문가다.
그는 “일반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국가채무비율, 재정수지 등 실제 재정지표를 우선 고려하므로 재정준칙 법제화 여부가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그 동안 신평사들이 재정준칙 도입에 보여 온 관심과 기대를 고려하면 도입 지연 시 신뢰가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말 국회에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개정안은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통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허 이사는 “IMF는 한국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가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한다”며 “다만 향후 고령화 등에 대비해 체계적인 재정 안정성 관리가 필요하고 재정준칙 도입 추진을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4차 확산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확진자 증가로 소비 회복이 다소 지연됐다고 볼 수는 있으나 코로나19 초기와 비교하면 방역 조치가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축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IMF는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전 세계 성장률은 0.1%포인트(P) 내린 5.9%로 수정하면서 한국의 성장률은 4.3%를 유지했다. 허 이사는 “백신 접종 증가와 2차 추경이 4분기 소비를 증가시키면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으나 세계경제와 교역 상대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공급 차질과 에너지 및 음식물 가격 상승으로 최근 올랐으나 유휴 노동력과 잠재성장 대비 산출 갭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다시 1%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달 추진하는 '위드 코로나'에 대해서는 “IMF도 백신 보급만으로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각국 의료체계를 개선해 위드 코로나에 대비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