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기술로 각광받는 '디지털치료제(DTx)'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가상현실(VR), 게임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SW)를 통해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기술로 헬스케어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도래하면서 디지털치료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리서치는 2026년 디지털치료제 시장규모가 96억4000만달러(약 10조883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9월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 약물중독 앱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세계 최초 디지털치료제로 허가받은 이후 국내·외 디지털치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디지털치료제 분야 개발 및 상용화 등 산업화는 초기 단계로 선제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치료제 산업이 주목받고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법과 제도 분야다. 특히 원격의료와 건강보험 수가산정 등 치료제로서 인정받기 위한 기반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또 디지털치료제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지만 대부분 디지털치료기기에 기준이 맞춰져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광주지역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SW산업 진흥기관인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원장 탁용석)을 중심으로 디지털치료제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진흥원은 6월부터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박성호)와 공동으로 '디지털치료제 개발 및 실증사업'을 위한 세미나 및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미래 산업으로서 디지털치료제 중요성을 알리고 지역에서 사업을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한 물밑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진흥원은 상반기 다윈테크(대표 박대원)가 주관하고 디지털치료제 기획 및 개발 경험이 있는 눅스바이오가 참여해 '성인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지정과제로 선정해 추진 중이다. 지난달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에 '신속 심의' 신청을 완료했으며 이달 중 심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중앙대병원 정신의학과에서 임상 진행해 치료 효과가 검증되면 상용화 및 미국 FDA승인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진흥원은 지난해 VR·증강현실(AR)제작지원사업을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완화시킬 수 있는 VR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를 상용화해 주목받았다. 현재는 IRB 승인을 받아 전남대병원에서 임상 진행 중이다.
진흥원은 디지털치료제 시장의 본격 확대를 앞두고 선제 투자하고 있다. 광주첨단3지구에 구축되는 인공지능(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데이터센터와 전국 최초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료센터인 광주트라우마센터 등과 연계할 계획이다. 디지털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지역기업과 병원, 유관기관과 '디지털치료제 얼라이언스'도 구축하고 다른 지역보다 우수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디지털치료제 분야를 선점하고 실증모델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탁용석 진흥원장은 “디지털 뉴딜을 통한 국가경제체계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우수한 AI 인프라 자원을 활용해 디지털치료제라는 ICT·SW산업 발전 전환 기회로 여기고 있다”며 “디지털치료제 관련 사업을 기반으로 지역 기업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