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을 10월 초 복원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지 일주일여만이다. 통일부는 문 대통령 유엔총회 이후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을 북한에 요구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정은 동지께서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역사적인 시정연설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당면 투쟁방향에 대하여'를 하셨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올해 7월 13개월만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했으나 2주만에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연락선을 일방적으로 끊었었다.
다만 북한은 경색된 남북관계 회복 여부는 남한 당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김 위원장은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은 남조선(남한)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남조선을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 남조선은 북조선(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위기의식·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9월 11~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15일 탄도미사일, 28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 종전선언에 '좋은 발상'이라며 일방적으로 폭파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와 남북정상회담 등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통신선 복원을 언급하는 등 '냉온전략'을 펼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에 대해선 “국가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은 주권 국가의 최우선적 권리이며 우리식 존립과 발전은 국가방위력의 끊임없는 강화를 떠나서 절대로 생각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에 대해선 비판적 메시지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 온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이 남북관계 진전의 첫 단추라는 점을 강조해 왔던 청와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담화,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발표 등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 중”이라고 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