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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의료정보가 유출되거나 보험 거절 사유로 쓰일 수 있다고요? 절대 안 되죠!”이처럼 일반인은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남이 알거나 기업이 영리 목적으로 악용할 것에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보험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 보험사의 공공 의료데이터 활용에도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보험사가 회원 유치 등을 위해 사고팔거나 보험 거절 사유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데이터 전문가는 이 가능성을 일축했다. 보험사가 받는 표본데이터가 통계 기법을 사용해서 무작위 자료로 샘플 추출한 2차 통계자료라고 강조한다. 즉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데이터 일부 또는 전부를 가명 처리한 것이어서 악용 소지가 매우 적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런 정보는 특정 장소에 방문해서 해당 기관의 입회 아래 USB로만 가지고 나올 수 있다. 여러 단계의 정보보호 방어체계도 구축하고 있는 데다 보험사는 정기적으로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

그럼에도 보험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보험사의 원죄가 크다. 나도 모르는 사이 'DB'라는 것에 포함돼 설계사 또는 콜센터를 통해 영업 대상이 된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는 다수의 질병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처럼 해 놓고서 막상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현미경처럼 상세한 약관을 잣대로 지급을 거절한 사례도 많다. 의료정보를 가져가면서 난임 진단·시술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서 소비자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보장을 확대해 준다는 달콤한 언변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데이터 3법이 확정됐고, 결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 공공 의료데이터 역시 보험사에 빗장이 열릴 가능성이 짙다. 소비자가 보험사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개선되도록 데이터로 무엇을 했는지를 기존에 보장하지 않던 질병, 사각지대로부터 외면받던 계층까지 포용했음을 보이는 활동이 필요하다.

데이터 주권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첫걸음을 이제 준비해야 할 때다. 특히 보수적인 보험시장에서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데이터 구동사회'는 한낱 구호에 그칠 수 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