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위성통신 R&D, 왜 지금 시작해야 하나

위성산업 패러다임 민간 중심으로 변화
각국 선점 경쟁 치열...한국 R&D '발등에 불'
이통 기술-100대 소부장 품목 활용 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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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전문가, 산업계에는 우리나라가 70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위성통신 시장 대응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위성통신은 6세대(6G) 이동통신 표준이 위성·지상통신 통합망을 추진할 정도로 보편적인 기술이 됨에 따라 거대한 산업생태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가 저궤도 위성통신 핵심기술을 비롯한 주파수와 궤도 등을 조기에 선점해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서 경쟁력을 유지·확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의 일치된 견해다.

'저궤도 군집 위성통신 시스템 개발사업'을 통해 위성통신 핵심기술과 인프라 확보에 2023년부터 2031년까지 9년간 9500억원대 예산을 적시에 투입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위성통신, 2040년 700조원 규모 성장 예상

위성통신 핵심기술 국가 연구개발(R&D)을 2023년에 시작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글로벌 위성통신시장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위성통신시장은 2018년 543억4600만달러 규모에서 2040년 5846억7400만달러(약 700조원) 규모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40년 위성통신이 전체 위성 산업에서 차지하는 규모 역시 2018년 15%에서 53%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스페이스엑스와 아마존, 영국 원웹, 캐나다 탤래셋 등이 저궤도 위성통신 산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위성산업 패러다임은 과거 정부·공공분야 중심에서 민간·시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는 4월까지 1400여개 위성을 발사한 데 이어 2027년까지 1만2000개 저궤도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이 투자한 원웹은 180개 위성을 쏘아올렸고 2026년까지 총 2000여개 이상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국제민간표준화기구(3GPP)는 6G 이동통신 핵심과제로 위성과 이통망을 결합한 '비지상통신(NTN)' 표준을 추진 중이다. 과거 지상 이통망 보완 수단이었던 위성통신을 6G 표준에 내재화·통합한다는 의미다. 애플은 퀄컴과 협력해 아이폰 최신 제품에 위성통신 탑재를 준비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글로벌 기업이 위성통신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를 감지하고 시장선점 전략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이통기술 경쟁력 위성통신으로 확장 가능

이동통신 강국인 우리나라 위성통신 잠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동통신 기술 경쟁력을 위성 분야에 제대로 접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 수출규제 이후 정부 차원에서 5G 안테나 부품 등 소재부품 국산화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세계 시장에서 우수한 품질을 평가받고 있다. 정부가 선정한 100대 소부장 품목 중 상당수가 위성통신 핵심부품과 일치한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은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고도 우주에서의 실증·검증 데이터가 없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유력 통신부품업체 R사는 원웹에 부품을 납품하려 했다가 레퍼런스가 없다는 이유로 곤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통신·소부장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 초기인 위성통신 분야로 접목될 수 있는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

과기정통부는 2023년부터 9년간 총 사업비 9581억원을 투입해 위성통신 시스템과 본체, 통신탑재체, 지상국, 단말국, 관련 부품 등 기술을 집중 개발할 계획이다. 기업이 적시에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실증할 인프라를 조성,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기반을 확보하는 '마중물' 역할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위성통신은 산업생태계 미래 인프라

위성 통신은 6G 시대 이동통신의 공간제약 극복을 넘어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창출하는 미래 인프라 역할로 활용 가능할 전망이다.

위성통신은 커버리지 제약을 전면 극복, 자율운행 선박·자동차·드론 등의 유력한 통신 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공간 이점을 살려 위성통신을 기반으로 위성을 넘어 다양한 신산업 분야 기술을 선점하고 고도화할 수 있다. 콘텐츠 기업은 위성통신망을 이용해 공간 제약을 극복해 한류 문화를 세계시장으로 전파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2026∼2035년간 국내기업이 위성통신 부품·기기·장비 수출과 내수를 통해 총 4조2000억원 신규 매출 증가를 예상했다. 위성통신 부품·기기·장비 신규생산을 통해 2026∼2035년 총 7조4000억원 생산유발, 2조8000억원 부가가치유발, 2만명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타산업 파급효과까지 고려하면 이같은 가치는 보다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위성통신 연구개발(R&D) 예산은 연간 수십억원대로 미약한 수준이다. 통신탑재체를 탑재한 위성은 2010년 발사된 천리안 위성이 유일하다. 이제라도 위성통신 핵심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을 경우, 글로벌 기업의 우주공간 장악을 손놓고 바라봐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김재현 아주대 교수(위성통신포럼 대외협력분과 위원장)는 “예타는 신산업동력이 될 수 있는 위성통신 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기 위한 첫 단계”라며 “산업계와 정부, 국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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