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로 PC 회사를 설립한 이용태 회장, 컴퓨터를 도입한 이주용 회장,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를 창립한 김영태 이사장, 정보담당중역(CIO) 롤모델 이강태 명예회장.
이들 네 명의 공통점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흥미롭게도 세 명은 '이'씨 성이거나 이름이 '태'로 끝난다. 척박했던 IT 산업 태동기 때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애착과 헌신, 시대를 앞서가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온갖 역경을 헤쳐나간 이런 선구자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IT 산업 글로벌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을까.
정부는 이들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4월 과학정보통신의 날에 IT 산업 분야에서 처음으로 특별공로상을 수여했다. 최고·최대 관련 학회인 한국경영정보학회에서 감동적인 기조연설, IT 서비스 비전 특강 등 필자 개인적으로도 모두 인연이 있던 인사들이어서 우리 IT 산업 역사를 반추해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러던 차에 이번 수상자로 구성된 'IT 산업 원로들에게 듣는다' 주제로 특별좌담회가 개최됐고, 사회 요청을 받고선 하필 그날 본인 사망 외에는 필참이라는 골프 선약까지 양해를 구하고 흔쾌히 수락했다.
우리나라 IT 태동기 시절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불모지였음에도 선구자라는 사명감으로 미국에서 거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귀국, IT가 좋아서 당시 로망 직장까지 포기 등 몸담게 된 배경을 듣고는 IT 분야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태동기 때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던 IT 비전을 관계 부처나 회사 상사와 구성원 대상으로 꾸준히 설득하고 전파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시키는 탁월한 리더십까지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세 명은 구순을 바라보는 노구에도 산·학·관·연 후배들을 위해 한마디라도 더 남기려는 열정은 감동 그 자체였다.
자녀, 손자 등 간만에 온 가족과 오붓한 휴가 중인 데다 먼 거리임에도 참석한 이용태 회장, 휠체어 탄 이주용 회장과 행복한 표정으로 그 휠체어를 끄는 효자 이상현 부회장, 거동이 불편함에도 후배들을 위해 정책 제언을 거침없이 토로한 김영태 이사장, CIO 최대·최고 모임인 한국CIO포럼 회장을 지냈음에도 초대받아 영광이라는 이강태 명예회장. 특별좌담회 참석 과정에서 이들 네 명의 솔선수범을 보고는 그 척박하던 IT 태동기 때 선구자의 넘사벽 헌신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이들 네 명 덕택에 지금 후배들은 산·학·관·연 어디에 몸담고 있든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감사한 마음이 복받쳤다.
은퇴 후 선구자의 이모작은 더욱 돋보였다. 아시아대양주정보산업기구를 맡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가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의 IT 발전과 우리나라 수출에 기여하고, 어린이 청소년 대상 무료 소프트웨어(SW) 교육 및 장학사업으로 여생을 보내고, 사회 전 영역에서 SW 가치를 전파하기 위한 인재 양성에 몰두하고, 정보화 확산 및 IT 산업 발전을 위해 후학 양성과 저술 활동에 열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관예우'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대통령 등 유명인사의 퇴임 후 활동을 보면 전관은 '예우'받기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여생을 보낸다. IT 산업에서는 처음으로 특별공로상을 받은 이들 네 명의 선구자는 그 척박하던 태동기부터 인생 이모작에 이르기까지 '전관봉사'한 롤모델로서 많은 후배가 그 뒤를 잇기 기대해 본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jioh@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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