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실사를 마치고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쌍용차가 4년 내 전기차 5종을 개발하겠다는 내부 계획을 세웠다. 새 주인의 안정적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회사로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원 쌍용차 법정관리인은 지난 24일 주요 부품 협력사 대표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전기차 5종을 포함한 중장기 전기차 개발 계획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쌍용차는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10월 유럽 출시가 목표다. 국내 출시가 미뤄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물리적 제약으로 생산을 늘리기 쉽지 않아서다. 기존 평택공장은 시설이 노후화됐고 공간 자체도 비좁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쌍용차는 전기차 전환을 앞두고 신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달 평택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기존 평택공장 부지를 시에 매각한 후 새 부지를 매입해 전기차 중심 친환경차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정 관리인은 협약식에서 “2026년 쌍용차 판매 차량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채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쌍용차 인수 의향을 밝힌 업체들 역시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쌍용차와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다만 매각이 진행 중인 만큼 새 주인의 자금력과 향후 사업 방향에 따라 이 계획이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신차 개발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만만치 않아서다. 통상 신차 1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30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5개의 전기차를 내놓으려면 1조5000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쌍용차 인수 시 공익 채권(약 3900억원)과 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실제 인수 자금이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새 주인이 신차 개발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쌍용차는 현재 개발 중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J100(프로젝트명)조차 부품 개발비 지급 여력이 부족해 협력사 등에 분할 지급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다.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는 이번 주 예비실사 참여자를 포함한 인수 후보자에게 입찰안내서를 보내고 다음 달 15일까지 인수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인수 금액과 사업계획 등이 담긴 인수제안서를 토대로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자금 동원력 등을 고려하면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의 2파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38위 SM그룹은 1조원대 쌍용차 인수자금을 내부 자금만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사모펀드 KCGI·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잡고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