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공공 의료데이터 활용이 좌절됐다. 건보공단이 최근 공공 의료데이터 관련 보험사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청문회에서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보험사 헬스케어 사업에 적색 불이 커졌다.
26일 보험업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지난 24일 보험사 3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문회에서 공공 의료데이터 이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용 신청을 낸 보험사 3곳이 공공 의료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지 등을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은 내달 14일 보험사 공공 의료데이터 이용 찬성측 2명과 반대측 2명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다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건보공단은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등 보험사 3곳이 신청한 공단 공공 의료데이터 이용에 대해 유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보험사들은 이번 건보공단의 결정이 외부적 압박에 의한 의도적인 시간 끌기라고 지적했다. 이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수차례 심사를 받으면서 가명 처리된 데이터로는 개인정보 유출이 어렵고 타당성까지 검증됐지만, 같은 이유로 결정을 유보한 것은 보험사 공공 의료데이터 이용을 좌절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토로했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건보공단 공공 의료데이터 이용 관련 청문회는 기존에 제출했던 자료를 재검증하는 작업에 불과했다”면서 “기존 심평원에서 사실상 타당성을 입증했고, 건보공단에서 수차례 해당 사실을 해명했지만, 지속해서 보류 의사를 내는 건 사실상 거절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건보공단의 조치가 과하다고 꼬집었다.
건보공단이 보험사에 제공하는 의료데이터의 경우 비식별 처리된 가명 자료이고, 개인이 아닌 집단 등을 대상으로 한 결과 데이터를 반출하기 때문에 악용 소지가 없기 때문이다. 또 사전 허가를 받은 연구자가 직접 내방한 뒤 폐쇄망을 통한 데이터를 반출해 개인정보유출도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에서도 해당 데이터가 가명처리 됐고, 개인이 아닌 집단을 대상으로 결과 데이터만을 반출해 악용 및 개인정보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현재 제약사, 의료기기업체 등에도 동일한 데이터가 제공되고 있는데, 보험사에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보험사가 기존에 제출한 내용과 소명한 부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해당 사안의 경우 기존 제출한 내용과 소명한 부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해 미뤄지는 것”이라면서 “제약사, 의료기기업체에 정보를 주면서 의도적으로 민간보험에만 주지 않으려 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