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원가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 인상 부담을 친환경 선박 수주로 덜어낼 전망이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 1위 현대중공업그룹은 2분기 총 8960억원에 이르는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했다.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분을 미리 반영했다.
경쟁사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이들 회사는 2분기 각각 3720억원, 8000억원에 달하는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했다.
조선업계는 최근 국내 철강사 1위 포스코와 후판 가격 인상에 합의했다. 톤당 80만원에 이르던 후판 가격을 톤당 30~35만원씩 인상, 톤당 110만원에서 115만원에 합의했다.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은 예고됐었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7월 한 때 톤당 219.88달러까지 치솟았다. 작년 동기 99.71달러 대비 두 배 넘게 뛰었다.
조선업계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나머지 철강사들과도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포스코와 합의한 가격 인상분을 기준으로 상승폭이 결정될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다. 후판은 선박 원재료비 대비 약 20% 비중을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오르면 수주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 수주를 바탕으로 위기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해상 물동량 증가와 해운 운임 상승,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만 해도 최근 기준 연간 수주 목표 149억달러 대비 116%를 달성했다. 향후 2년치 이상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안정적 수주잔고를 토대로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중심 선별 수주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3월 말 125.60에서 이달 기준 144.52로 15.1% 올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조 수요가 늘면서 신조선가 지수도 상승하는 추세”라면서 “후판 등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선가에 반영할 경우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수익성을 고려한 선별 수주에 나설 것”이라면서 “안정적으로 수주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