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가입 변호사 징계' 무산 가능성에
위축됐던 법률 플랫폼 활성화 여부 주목
공공성 저해 지적에 법·제도 개선도 검토
법무부가 법률플랫폼 '로톡'의 리걸테크 서비스가 합법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로톡이 비변호사의 변호사업 광고를 금지한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변협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해석을 내렸다. 변협이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며 위축됐던 법률 플랫폼 서비스가 다시 활성화될 지 주목된다.
법무부는 24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률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와 갈등 상황에 대해 “로톡의 현행 운영방식은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앞서 수차례 “로톡 서비스는 합법”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법무부가 이 같은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향후 변협이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더라도 이의신청을 통해 법무부징계위원회에서 징계 결정이 취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법률플랫폼 유형에 따라 위법성이 결정된다. 광고료만 받는 광고형 플랫폼은 합법, 수수료를 취득하는 중개형 플랫폼은 위법이다.
법무부는 관계자는 “법무부는 로톡의 현행 운영방식은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면서 “이용자에게 특정한 변호사를 소개·알선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취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가 플랫폼에 게재된 변호사의 광고를 확인하고 상담 여부를 자유롭게 판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무부는 법률플랫폼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변호사제도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법률시장의 자본 종속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변호사단체의 지적을 받아들여, 리걸테크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련 법·제도 개선 필요성 검토에 나선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을 위한 리걸테크 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변화”라면서 “이를 전제로 리걸테크 산업이 정착돼 국민의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리걸테크 TF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변협은 개정된 광고 규정에 따라 지난 5일부터 로톡 가입 소속 변호사 징계를 추진해왔다. 변협 법질서위반감독센터에는 1440여명의 온라인 법률 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회부 요청 진정이 접수됐다. 서울변협 징계 회부 진정이 접수된 변호사 500여명까지 포함하면 징계 요청은 약 2000명에 달한다.
현재 국회에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변호사 광고에 관해 규정한 변호사법 제23조에 변호사나 법무법인 등이 아니면 변호사 광고를 못하게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로톡 등 플랫폼 사업자의 변호사 광고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개정안 통과 시에는 법 시행 후 변호사나 로펌이 아닌 로앤컴퍼니가 하는 변호사 광고는 위법 행위가 돼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법무부가 '법률 플랫폼 합법' 입장이 분명히 한 가운데 야당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이날 법무부의 판단은 플랫폼 산업 전반에 걸쳐 신산업과 전통산업이 충돌하며 벌어지고 있는 '제2 타다 사태'를 정리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시장과 공인중개시장에서도 대한의사협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강남언니, 직방 등 온·오프라인연계(O2O) 스타트업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면서 “이번 법무부 판단을 계기로 법률뿐 아니라 의료, 부동산 등 비대칭 정보를 공유하고 공정한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플랫폼 사업의 정당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