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총장 "학생이 주인이 되는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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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는 세계 유일 에너지 특화 대학이다. 에너지신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의 필요성에 따라 출발해 2022년 3월 개교에 맞춰 신입생을 모집한다. '작지만 강한 대학'을 목표로 미래 에너지 연구를 선도하는 글로벌 산학연 클러스터 대학을 지향한다. 에너지 과학기술로 인류, 국가, 지역에 공헌하고 미래 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에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총장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따르면 한국 에너지 기술 분야가 선진국에 비해 약 3~4년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라며 “세계에서 한국 기업이 1·2등을 하는 반도체, 가전, 자동차에 비해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낙후됐지만 세계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 때 국가적 역량을 총 집중해 도전하는 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학교 설립을 준비하면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자주 떠올렸다. KAIST 개교 당시와 비교하면 한국 산업 경쟁력은 크게 성장했다.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형태 대학이 필요하다는 선각자들 생각이 세계적 기술선도국가 기반을 만든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대도 50년 뒤 미래를 생각하고 새로운 대학을 만들고 있다. 윤 총장은 에너지 신기술에 도전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그 인재를 바탕으로 새 원천기술이 만들어졌을 때 한국이 에너지 신기술 선도국가로 올라설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에너지공대 설립에는 이러한 시대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너지공대가 2050년 에너지분야 세계 톱10 공대로 우뚝 서기 위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세계적 연구기관인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그린수소에너지 공동 연구센터 설립을 위한 협력의향서를 교환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독일 전역에 72개 연구소를 운영 중인 유럽 최대 응용과학 연구조합이다. 윤 총장은 “에너지 관련 5개 분야 세계 1~2위 연구소와 협력으로 빠르게 기반을 닦아나가겠다”면서 “해외 주요 공대들과도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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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원석 정치정책부 부장

-한국에너지공대 초대총장을 맡아 특별법 제정 등 당면 현안을 해결하셨다. 지난 1년 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다. 소회가 궁금하다.

▲지난해 6월 한국에너지공대설립추진위원장에 선임됐다. 서울대에 연구실도 있고 보직을 맡고 있어 다 정리하고 부임한 게 아마 7월 13일 정도일 것이다. 거의 1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니 많은 일이 있었다. 특별법이 통과되고 시행령을 만들고 개교, 입시요강 만드는 것 모두 굵직굵직한 일이다. 나주와 서울을 오가는 약 2시간 동안 KTX 기차 안에서도 생각을 정리하고 일을 했다. 처음 법인 직원은 저 혼자였는데, 최근 40명까지 학교직원이 늘었다. 교수들도 지금은 28명 채용했다. 올해 목표가 33명이니까 준비해온 것들이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다.

-고비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나.

▲가장 어려웠던 것은 특별법 통과였다. 법이 통과돼야만 학교가 개교를 한다. 사립학교 법인은 설립됐지만, 대학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특별법에 의한 대학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내년 3월 정식 개교를 앞두고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시간이 점점 지연됐다.

특별법도 발의는 됐지만, 상임위에서 논의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 심의와 전체회의를 여·야 의원 만장일치로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통이 있었다. 부정적 의견도 많았으나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특히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께 감사드린다.

-글로벌 기후변화나 차세대 에너지기술 도전이 당면과제다. 한국에너지공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탄소중립을 2050년까지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 기술로 안 된다.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만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선진국들이 다 같이 도전하는 기술이다. 세계적 위기지만, 달리 보면 우리에게 기회다. 에너지 신기술 바탕은 그린 에너지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해야 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고 새로운 기업들이 만들어지는데, 새로운 교육기관도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이 분야에서 세계를 석권할 수도 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기업이 1, 2등 하듯 배터리나 태양광도 그렇게 발전할 수 있다. 에너지 관련 새로운 소재가 있으면 소재 핵심 지식재산(IP)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스타트업으로 시작하고, 성장해서 인수합병(M&A)을 할 수 있다. 아니면 기술을 이전해서 대기업이 비즈니스를 키우는 등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새로운 대학에서 혁신 교육 시스템으로 훌륭한 학생을 길러내고, 그 학생들이 좋은 연구를 하고 또 창업을 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에너지공대가 다른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나 국립대와 차별되는 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점은 누가 대학의 주인이냐 라는 점이다. 대학의 주인은 반드시 학생이다. 학교 존재 이유는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학교는 연구소가 아니다.

미국 MIT나 스탠퍼드대처럼 해외 유명 대학도 교수들이 최첨단 연구를 한다. 학생들이 첨단연구에 참여하고 학생들이 연구에 대한 것들을 알 수 있도록 체험하게 하면서 우수한 인재로 기르자는 것이지 연구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한국에너지공대 주인은 학생이다. 학생을 중심에 놓고 시스템을 구축한다. 기존 대학들은 오랫동안 교수가 가진 지식을 전달하는 체제로 대학이 운영됐다. 교수가 강의계획서를 내고, 중간고사·기말고사를 보고 평가하는 식이다. 일방향적 지식전달은 교육학적으로 효과가 별로 없다. 학생이 주체가 되는 학습이 중요하다.

학생 입장에서 학생이 어떤 교육을 받고, 학생 역량이 어떻게 증진되느냐 이 관점으로 봐야 한다. 미국에 혁신 공과대학으로 올린공대가 있다. 보스턴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학부만 있는 대학이다. 학부생만 약 370명 있다. 그 곳은 지식 전달 개념으로 하는 교육은 하나도 없다. '프로젝트베이스드러닝(PBL)'로 학생들이 교과목 내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 활동하고 그 결과물을 갖고 평가 받는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어떤 원리를 배우면 자신이 실험이나 활동을 통해 직접 해봄으로써 원리를 깨달으며 배우게끔 커리큘럼이 만들어졌다. 올린공대가 최초로 그런 주장을 했고, 비슷한 교육 혁신을 많은 대학이 따라하고 있다.

기존에 자리 잡은 대학들은 전면적으로 그런 교육을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학교 전체 시스템을 다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교육을 하려면 캠퍼스 모습도 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너지공대 강의실은 앞에 칠판이 있고 학생들 의자 책상들이 뒤에 있는 전통적 강의실은 하나도 없다.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공부할 수 있고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강의실로 조성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클러스터다. 한국은 대학이 먼저 생기고 산업화가 되면서 대학이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개념이 뒤에 생겨났다. 그런데 학교 주변에 클러스터를 만들 공간이 별로 없다. 학교 주변이 그린벨트로 묶여있거나 주변 반발이 있거나 하는 식이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경우는 매우 좋은 조건이다. 처음부터 학교 주변에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가 있었다. 그래서 에리카 캠퍼스가 잘 되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대도 대학을 처음 구성할 때부터 대학만 41만㎡다. 그 옆에 산학연 클러스터가 40만㎡, 대형연구시설이 40만㎡, 이렇게 대학 전체가 120만㎡를 갖는다. 이것을 동시에 기획을 하니까 어떻게 서로 시너지를 낼 것인가 개념 설계를 하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얼마 전에도 대학과 한국전력, 나주시, 전라남도가 클러스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두고 회의를 했다. 학교를 만드는 일과 클러스터를 만드는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클러스터를 만들고 외국 연구소를 유치하고, 에너지기업이 입주하고, 창업기반을 만들지 같이 논의하고 있다.

-한전공대에서 한국에너지공대로 이름도 달라졌다.

▲한전공대로 처음 시작할 때는 한전과 발전 자회사가 출연했다.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정부가 재정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여기에 지자체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한국에너지공대를 가리켜 '공공형 특수대학'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없던 형태 대학이다. 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이런 곳들은 100% 정부 지원만 받는 대학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정부 출연에 지자체 출연도 받는다. 한국에너지공대 시작은 포스텍(포항공대)처럼 했지만, 이제 정부와 지자체 출연이 모두 가능하다. 세 개 주체가 지원해서 만드는 대학은 한국에서 처음 있는 형태다.

-지역사회에서 한국에너지공대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가봤다. 그 도시는 대학과 뗄래야 뗄 수 없다. 한국에너지공대가 소재한 나주시가 그렇게 될 것이다. 나주시 하면 바로 한국에너지공대를 떠올리고, 한국에너지공대가 나주시 가치를 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나주시는 인구가 12만 정도 되는 작은 도시다. 거기에 대학이 들어가면 학부생 400명, 대학원생 600명을 합쳐 학생이 총 1000명이다. 정원외 외국인 학생을 30% 정도 뽑을 예정인데, 그러면 300명 정도 외국인 학생들이 오고, 연구원들도 있다. 박사후연구원은 인원 제한이 없다. 외국 연구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와서 생활하면 현재 나주 모습과 한국에너지공대가 궤도에 올랐을 때 나주 모습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에너지 특화 교수만 100명 정도 운영되고 앞으로 10년 뒤 나주시 모습은 살기 좋은 글로벌 대학도시로 발전해 있을 것이다. 또 졸업한 학생들이 특허를 가지고 창업하고 클러스터에 모이고 혁신도시에 살게 되고 고용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

-어떤 학생들이 한국에너지공대에 오길 바라나. 장학제도 등도 궁금하다.

▲수능 위주 평가 시스템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에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실수 없이 풀어내는 반복적 훈련을 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인재상도 아니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수시에서 90명,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형 10명, 정시에서 수능 위주로 10명을 선발한다. 모두 해서 110명이다. 수시에선 수능 최저 학력 등급 안 보고, 학생부하고 자기소개서를 서류로 내면 면접을 보는 식이다. 서류 평가를 해서 학생 4배수를 뽑은 다음에 면접을 통해 심층분석한다. 면접1과 면접2가 있다.

면접1은 학생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학생부를 보고 이것이 옳게 작성됐는지를 확인한다. 면접2는 창의성 면접이다. 학생들에게 답이 없는 문제를 제시하고 30분 동안 학생이 홀로 고민한 다음에 면접위원들과 25분 동안 이야기하는 식이다. 창의성 면접시험 문제는 유튜브로 이미 공개했다. 예를 들어 학생에게 어떤 곳에 발전소를 짓겠느냐 식의 질문을 하고, 학생 대답에서 그 생각의 근거를 물어보는 방식이다.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학생의 발산적 사고다. 어떤 기본 지식을 갖고, 그것을 무한히 상상해 창의적으로 답을 만들어가는 지 사고체계를 본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고, 호기심 많은 학생을 찾고 싶다.

한국에너지공대 학생이 되면 등록금은 전액 면제다. 기숙사비 면제에 생활비까지 제공된다. 기숙형 대학(레지덴셜 칼리지)을 지향한다. 학생 생활 지도를 해주는 전문 교수님이 상주하고, 국제적 감각을 갖추기 위해 원어민도 기숙사에 같이 거주하게 될 것이다. 함께 생활하면서 회화뿐만 아니라 영어글쓰기 지도 등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기숙사를 위주로 생활이 곧 교육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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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학 미래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새로운 대학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캠퍼스가 없는 미네르바대학은 7개국을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이 배우는 시스템이다. 교수, 교과서, 학비가 없는 에콜42 같은 대학도 등장했다. 코로나는 그 변화를 보다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극복 이후에도 기존 대학은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대가 그 선구자가 될 수도 있다. 온라인 교육을 떠나 교육, 지역, 클러스터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새로운 대학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대 모델이 성공하고 졸업생들이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길러졌을 때 한국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의미 있는 사례가 되고 싶다.

-한국에너지공대 개교를 기대하는 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최근 학교설명회나 입시설명회를 하면 한국에너지공대에 오고 싶다는 학생들이 많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새로운 대학 설립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을 체감한다.

입시요강 자료 맨 앞에 총장 인사말을 넣는데, 그 인사말에 제가 이렇게 썼다. 여러분들이 사회 중심인물이 되는 20년 뒤의 모습을 그려봐라.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 돼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는 에너지가 있다.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솔루션을 갖고 있는 사람과 기업, 국가가 경쟁력을 보유한다. 여러분의 미래를 그릴 때 에너지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것을 그려봐라. 에너지 전문가로서 미래 모습을 그린다면 우리 대학에 와라. 한국에너지공대는 학생이 주인이 되는 대학이다. 여러분의 미래를 만들어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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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총장은

1960년 서울 출생, 서울대 금속공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매사추사츠공과대학(MIT)에서 전자재료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AT&T 벨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92년부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서울대 연구처장과 산학협력단장,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 등 28년 동안 다양한 보직을 수행하며 교육·연구·행정 경험을 쌓았다. 발광다이오드(LED) 분야 전문가로 LED반도체조명학회장을 지내며, 호암공학상 심사위원장을 역임할 정도로 공학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 투자관리자(MD) 역임을 통해 산업기술 R&D 정책기획 부문에도 뛰어난 전문성을 겸비했다.


정리=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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