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가 아시아 역내 항로 주도권을 경쟁국에 뺏길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임 담합 과징금 대상에 올린 외국 선사 보유 일부 국가가 국내 해운사들에 '맞불 과징금'으로 보복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6일 한 해운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세계 5위권 이내 글로벌 해운사들이 자회사의 부산항 입항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한국-동남아항로 물동량 상당을 소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해운사 자회사들의 부산항 진출은 국내 선사에 돌아갈 일감이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국내 정기선사들은 부산항을 기점으로 동남아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역내 항로 해운 운송 서비스를 주도해 왔다.
해운업계는 최근 상황을 공정위 제재 방침 결과로 해석한다. 앞서 공정위가 동남아항로 운임 담합을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키로 한 데 유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위축은 심화할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대상에 오른 7개국, 11개 선사 보유국 가운데 일부가 보복 조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은 주중 한국대사관에 이와 관련해 공식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의서에는 운임 공동행위를 문제 삼아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해운업계는 공정위 과징금 제재가 현실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정위는 한-일·한-중 항로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려는 방침이어서 자칫 아시아 역내 항로 주도권을 경쟁국·경쟁사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창호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주요 국가가 인정하는 운임 공동행위를 제재한다면 글로벌 선사들과 운임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무한 경쟁을 통해 국내 해운사들이 도태된다면 결국 글로벌 선사들이 그 자리를 채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