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적으로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이슈를 꼽으라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진부할 듯한 환경문제에 대해 다시 주의를 환기시키고 동시에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인류가 사회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해 온 데 있어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기업들과 제품들이었다.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자동차는 대기오염 등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주범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때 자동차는 대기오염을 줄여주는 가장 획기적인 방편이었다.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교통수단은 말과 마차였다. 1605년 런던에서 처음으로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마차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1640년부터는 역마차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이용했다. 17세기 후반에는 말과 마차로 인한 교통 혼잡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말의 배설물이 문제되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 주요 대도시와 뉴욕 도로는 분뇨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뉴욕 시에서는 말 20만 마리가 교통수단 등으로 활용되고 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말 한 마리당 하루 평균 10㎏ 내외의 배설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당시 뉴욕의 말들은 하루 평균 2000톤에 가까운 배설물을 거리에 쏟아냈던 셈이다.
막대한 양의 말 배설물에 의한 악취 문제가 발생했지만, 대기오염 측면에서 이는 비교적 가벼운 문제였다. 말 배설물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가스효과가 25배나 높은 메탄 배출의 주범이다. 말이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뀔 때도 메탄 성분은 배출된다.
나아간 시민 건강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말 배설물이 건조해지면서 부서지고 이 과정에서 유발하는 말똥 먼지는 시민들의 기관지를 오염시켰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매년 뉴욕 시민 2만명 정도가 파리가 옮기는 각종 질환으로 사망했다. 장티푸스를 비롯해서 당시 대도시 거주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 역시 말 배설물이었다.
당시 기록들을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 많다. 비 오는 날 똥물이 흐르는 도로 위를 걷지 않도록 안아서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직업이 생겨났는가 하면, 뉴욕에서는 국제회의를 개최해 말 배설물로 인한 피해 등에 대해 논의한 바도 있다.
이처럼 심각했던 피해를 한 번에 해결해준 것은 다름 아닌 자동차였다. 1900년 초기부터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백 개의 소규모 차량 제조회사들이 등장하였고, 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자동차 관련 기술 수준이 높아짐과 동시에 가격은 점차 하락했다. 자동차의 가격과 유지비도 점점 저렴해졌다. 무엇보다 자동차는 분뇨를 치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크게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영국의 경우 1904년 당시 자전거를 제외한 자동차 생산 대수는 1만7810대였던 것이, 1910년 10만7635대, 1918년 33만518대로 급격히 증가했다. 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유럽의 각종 대도시와 뉴욕의 거리에도 차츰 말의 숫자가 줄어들게 되었다. 말 배설물에 따른 악취와 온실가스, 위생문제 등이 자동차 등장으로 개선된 것이다.
많은 창업자들이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제품을 모색 중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100년 전 자동차처럼 의도치 않게 지구환경에도 기여 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지 되돌아 보기 바란다. 어쩌면 바로 그 지점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 내는 가장 큰 강점일 수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