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호성 행장의 불통…케이뱅크 노조 설립 '도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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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서도 노동조합이 설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원들 사이에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최근 스톡옵션 사태와 관련한 사측 태도에 실망한 직원들이 주축이다. 사측이 불공정 여론을 인지하고도 상황을 은폐하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려는 태도로 일관한 점이 노조 설립의 의지를 부추겼다.

케이뱅크는 올해 임직원 대상으로 배부한 300만주 스톡옵션 가운데 90만주를 서호성 행장, 85만주를 임원 9명에게 각각 부여하기로 했다. 스톡옵션을 가장 적게 배부 받은 C직군 직원(약 1000주)의 경우 18만주를 받은 임원과 180배 차이가 나고, 서 행장과는 900배 차이가 난다.

스톡옵션을 모든 직원에게 똑같이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은 없다. 책임이 큰 행장이나 임원에게 일반 직원 대비 더 많은 보상을 내거는 것에 대해서도 수긍한다. 문제는 '임원-직원 사이에 왜 수백 배 차이가 나는지' '어떤 부서는 다른 부서보다 왜 보상을 몰아 받는지' 해명하는 과정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물론 서 행장이 직접 “본인은 일반 직원보다 900배는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스톡옵션도 900배 받아가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기는 낯 뜨거울 것이다. 지난 3월 임원·직원 간 보상 불평등 문제가 제기됐던 네이버와 비교해도 케이뱅크는 임원에 대한 보상 집중도가 약 2배 높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한성숙 대표가 스톡옵션 4만주, 일반 직원의 경우 평균 342주(114만4143주/3253명)를 받아 대략 116배 정도 차이가 났다. 이번 케이뱅크 스톡옵션 배부를 직원 1인당 평균 4000주로 계산하면 서 행장은 일반 직원보다 225배를 더 챙기게 된다.

이와 같은 보상안을 이사회에 올린 케이뱅크 임원들도 나름 기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내부에서 들끓는 동안 케이뱅크는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이나 해명을 내지 않았다. '그냥 임원끼리 독식할 걸 괜히 직원들에게도 준다고 했나 보다'라고 자책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 행장은 올해 취임하면서 디지털화·신속성·즐거움과 더불어 '소통'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그러나 소통 창구는 사측이 원할 때만 열리는 것으로 보인다. '행장님' 대신 '호성님'이라고 부르게 해 준다고 해서 소통이 강화되는 게 아니다. 부디 노조와는 성실하게 소통에 임하길 기대한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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