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의 억만장자들이 경쟁적으로 우주여행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영국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이 첫 민간 우주관광 시범비행에 성공했다. 이어 일주일 뒤 아마존 의장 제프 베이조스는 좀 더 높은 우주의 경계선까지 다녀왔다. 바야흐로 미지의 영역이던 우주가 새로운 비즈니스 각축장이 되고 있다.
우주여행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 사건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다. 1969년 7월 16일 발사된 아폴로 11호는 달 궤도 진입 나흘 만인 20일 역사적 착륙에 성공하면서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사람이 됐다. 달 착륙 계획이 시작된 196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인류의 달나라 여행은 1961년 1월 취임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공상을 현실화하기 이전까지는 공상과학 소설 정도로 치부됐다.
미국을 우주 개척 선구자로 이끈 케네디의 항공우주국(NASA) 방문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빗자루를 든 청소부를 마주친 케네디는 그에게 맡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듣는다. 그러나 케네디는 그의 말에서 달 착륙 계획의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다. 이어진 라이스대에서의 연설은 우주라는 새로운 프런티어에 던진 케네디의 도전장으로 기록된다. 그는 여기서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일명 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선언한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선택했다는 그의 말처럼 우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실현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불신과 막대한 비용 소모에 따른 우려 및 비난까지 반대 여론이 무척 거셌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네디는 지도자로서의 확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비전과 소명 의식은 미국인에게 큰 영감과 도전 정신을 불어넣었고, 훗날 경제학자들은 아폴로 계획에 투입한 비용보다 훨씬 큰 경제 효과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마침내 1969년 여름 아폴로 11호는 인류 최초의 달 착륙에 성공한다. 반세기 전에 백년대계를 바라본 케네디 대통령의 통찰력과 과감한 정책 결정이 없었다면 아직도 우주는 미지의 프런티어로 남아 있었을 공산이 크다.
과거 국가 주도로 진행된 우주개발이 민간의 파괴적 도전 영역으로 재편되며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역시 미국의 기세가 맹렬하다. 그들이 주도권을 잡아 나갈 수 있는 이유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꾸준히 투자해 온 우주 관련 기술과 인력이 기반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주개발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지만 그 역사를 살펴보면 커다란 시사점을 하나 얻을 수 있다. 지도자의 비전과 목표 제시가 있으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내년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전임자 누구보다 변화의 격랑에 휩쓸릴 가능성이 짙다. 4차 산업혁명, 탄소중립, 감염병 등 쏟아지는 국가 난제들은 과학기술과 연결된 동시에 해결책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가 어렵다고 걱정만 해서는 해결될 일이 없다. 국가 지도자는 문제에 내재된 과학기술적 원리를 이해하고 본질적 해결책이 담긴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적 합의와 과학기술의 합리성에 입각한 정책을 펼친다면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없을 것이다. 부디 2022 대선에서는 과학기술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문샷'을 쏘아 올릴 후보들을 기대해 본다.
이우일 한국과총 회장, 서울대 명예교수 wilee@kof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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