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이 손을 잡고 미래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에 연산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을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본지 2020년 6월 23일자 1면 참조>
전날 열린 3자 간 투자 협약식에는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참석했고, 바흘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 등 현지 관계자들이 영상으로 함께했다.

이번 투자협약 체결에 앞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투자협약을 통해 양사는 합작공장 설립을 위해 약 11억달러(약 1조17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합작공장 지분은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50%씩 보유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지 합작공장 설립과 전기차 시장 확대 지원 차원에서 일정 기간 법인세와 합작공장 운영을 위한 각종 설비와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전기차 관련 세제 혜택 강화 등의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했다. 양사는 법적 절차를 거쳐 3분기 중 합작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4분기 중 합작공장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2023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며, 2024년 상반기 내 배터리셀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의 매장량과 채굴량 모두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관련 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시장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배터리셀 합작공장이 들어설 카라왕 지역은 브카시, 치카랑 등과 함께 인도네시아 산업 중심지다. 2018년까지 카라왕에 산업용지로 조성된 부지는 1375만6358 헥타르(ha) 규모로 60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 공장을 포함해 1760여개의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합작공장이 설립될 산업단지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중심부에서 남동쪽으로 약 65㎞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공항항구고속도로 등 주요 교통망이 촘촘히 구축돼 있어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합작공장은 총 33만㎡ 부지에 연간 전기차 배터리 15만대분 이상인 10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만들 배터리셀은 고함량 니켈(N)과 코발트(C)·망간(M) 출력을 높이고 화학적 불안정성을 낮출 수 있는 알루미늄(A)을 추가한 고성능 NCMA 리튬이온 배터리셀이다. 이 배터리셀은 2024년부터 생산되는 현대차와 기아 '모듈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비롯해 향후 개발할 다양한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배터리 시스템 생산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는 합작공장 설립과 운영에 핵심적 역할을 맡는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글로벌 협력도 강화, 미래 모빌리티 산업 핵심 영역인 전동화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안정적 배터리셀 공급을 바탕으로 배터리 시스템 생산 확대와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국내외 공장에서의 다양한 배터리 시스템 생산 운영 경험을 더해 현대차와 기아에 집중돼 있는 배터리 시스템 공급을 외부로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작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기술력과 당사의 오랜 기간 축적된 완성차 생산과 품질관리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글로벌 최고 수준의 품질을 모두 갖춘 배터리의 안정적 확보를 통해 전기차 제품 경쟁력을 제고하고 아세안 지역 공략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해외 첫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양사 협력 관계를 더욱더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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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