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이 몸이 변하는 해삼의 조직을 모사해 가변형 액추에이터를 개발했다. 전기가 없는 곳에서도 화학에너지를 이용해 로봇을 작동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김동성 기계공학과 교수, 최이현 박사(에드믹바이오 연구개발팀장), 한현석 석사 연구팀이 해삼의 가변특성을 갖춘 콜라겐성 조직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기존 소프트 액추에이터를 뛰어넘는 강력하고, 수분에 빠르게 반응하는 자가 작동 유연 액추에이터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해삼의 몸은 콜라겐성 조직으로 이뤄져 있어 주변 상황에 맞게 단단해지거나 부드러워질 수 있다. 특히 해삼은 탄성률을 수초 내에 10배까지 변화시킬 수 있어서 순식간에 작은 바위틈 사이로 들어가거나 몸을 부풀려 포식자를 위협할 수도 있다. 이는 해삼이 체내 화학조절제 분비량을 조절, 콜라겐성 조직 내에 있는 수소결합이 형성되거나 파괴돼 일어나는 변화다.
액추에이터는 모터나 스위치처럼 전기적 신호 변화를 이용해 물리적 상태를 바꿔주는 장치다. 물에 반응하는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움직임이 부드럽기 때문에 변형이 잘돼야 하는 소프트 로봇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낮은 강성과 느린 작동 속도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물과 반응해 형태를 자유롭게 바꾸는 해삼의 콜라겐성 조직에 착안해 액추에이터에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개발된 액츄에이터는 아주 유연하게 변하는 대용량 나이팜(bulk pNIPAAm) 하이드로젤을 바탕으로 80℃ 물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기존 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소프트 엑추에이터의 200배(2뉴턴)에 버금가는 작동력, 300배(1/3초) 빠른 작동 속도를 보였다. 여러 번 테스트를 통해 액추에이터에 매우 높은 변형률(300%)이 가해졌음에도 원형을 복원하는 견고함을 보였다.
개발된 액추에이터는 사람 팔과 같이 재료 잡기, 들어 올리기와 같은 작업을 하는 로봇 그리퍼와 같은 산업용 로봇이나 상처 봉합기, 인공 손가락 등 산업계와 생체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김동성 교수는 “수분이 소프트 로봇에 닿으면 동작하는데, 유연하고 변형이 잘 돼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 가능하다”며 “새롭게 개발한 하이드로젤 액추에이터는 매우 강력하고 작동이 빠르기 때문에 전기가 없는 곳에서도 화학에너지를 이용해 로봇을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 원천기술개발사업 바이오 의료기술개발, 산업통산자원부 알키미스트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인 '재료화학 A 저널' 최신호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