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전 수거·플라스틱 추출 단가 급등
재생 원료 생산 인프라 부족 '이중고'
'후처리 과정' 약품 사용, 환경에 부담
지자체 연계 '현실적 순환 대책' 필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강화되는 가운데 가전업계가 재생 플라스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거된 폐가전에서 재생 플라스틱을 추출해서 생산에 활용하려 해도 생산 단가가 치솟고 재생 원료를 생산하는 인프라도 부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하는 현실적인 가전 자원 순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전업체들이 폐가전을 가전제품 생산에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폐가전에서 추출한 재생 플라스틱 활용 확대는 환경부 권고 사항이다. 환경부는 플라스틱을 대량 사용하는 업계 대상으로 '순환 이용성 평가'를 실시한다. 특히 가전 생산 시 5% 이상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권고한다.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환경부 산하 환경산업기술원은 재생 플라스틱 활용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는 업체의 명단을 공개할 수 있다.

가전업체들은 이 명단에 오르지 않기 위해 재생 플라스틱 활용 확대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문제는 상태가 온전한 폐가전 구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또 훼손된 폐가전은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어 재활용 플라스틱 추출이 매우 어렵다.

국내 A 가전업체 관계자는 “수거된 가전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선 플라스틱 순도를 높여야 하는데 폐가전은 대체로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어서 후처리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면서 “생산 단가가 크게 높아지고 후처리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약품을 사용하게 되는 등 환경적 딜레마”라고 토로했다.

재생 원료 생산 인프라 부족도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가전업체들은 고품질의 재생 원료 생산을 협력업체에 맡긴다. 최근 디자인이 강조된 가전이 증가하면서 고품질의 재생 원료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 업체는 극소수다.

다른 가전업체 관계자는 “포장재 등에 쓰이는 재생 원료 업체는 많지만 가전 생산에 사용할 정도의 고품질 재생 원료를 만드는 업체는 매우 부족하다”면서 “순도 높은 재생 플라스틱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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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전 관련 사진>

렌털업계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렌털 계약이 만료된 시점에서 제조사가 직접 사용한 가전을 수거하기 때문이다. 코웨이는 신제품 개발 시 재활용률이 7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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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전 관련 사진>

해외에서도 가전 생산에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하도록 정부가 강제한다. 미국의 델과 HP, 유럽의 필립스와 다이슨 등은 제품 생산에 상당한 양의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향후 가전 생산에 재생 플라스틱 활용 요구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현수 경기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현재는 기업이 재생 원료 사용에 더 큰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자체가 기업과 연계해 (폐가전 수거를 통해) 가전 재활용률을 높이는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