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CT 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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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재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10여년간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Ecosystem)는 과거 네트워크 중심 경쟁에서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단말(D)이 상호협력하고 경쟁하는 CPND 생태계로 변모했다.

생태계를 주도하는 포털, 검색서비스, 동영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앱스토어 등 플랫폼과 콘텐츠 기반 사업자가 등장했다. 영향력은 확장일로에 있다. 각국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외 정책당국의 공통된 방향성은 기본적으로 '공정성'과 '이용자 보호' 등 공익성을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공정위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플랫폼 기업이 유도하고 있던 폐단을 제재했으며, 유럽연합(EU)의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이사회 규칙' 등 해외 정책동향 또한 공정경쟁 및 경쟁 활성화 측면에서 시장지배력 남용 방지와 투명성 증대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와의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나아가 G7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법인세, 디지털세 등 거대 인터넷 기업에 대한 조세 관련 논의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논의가 불거진 이유는 여러가지다.

승자독식과 시장쏠림현상이 심한 시장 특성상 단순히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이유가 아니라 막대해진 영향력을 바탕으로 이들 기업이 행사할 수 있는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또 이용자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의 오용을 막고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규제의 정당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부가통신사업자에 일괄 면제한 보편역무 손실보전의 책임을 대형 부가통신사업자에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서두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10여 년간 ICT 생태계는 플랫폼과 콘텐츠 기업의 눈부신 성장과 함께 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사업적 관점에서도 과거 음성 네트워크 시대에는 보편역무의 손실보전 의무를 부담함에 따른 수혜자 역시 음성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였다.

하지만 CPND 생태계로 변모한 지금 보편적 역무로 제공되는 데이터망 수혜자는 단지 통신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부가통신사업자이며, 사실상 이들이 직간접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는 수혜자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이와 유사한 정책적 움직임을 찾아볼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EC)는 2018년 OTT 사업자에도 보편손실부담금 부과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5월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브렌던 카 상임위원 또한 그간 인프라를 무료로 이용해 온 빅테크 기업에 공정한 몫을 요구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보편적 역무기금의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시장 영향력이 막대해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여러 방안이 있다. 그중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또한 하나일 것이다. 특히 이용자 관점에서도 CPND 생태계는 비즈니스 특성상 이용자가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기도 하고 각종 개인정보 및 선호정보 등 시장분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생태계 내 일부 거대 기업은 이를 활용해서 다면 시장 생산자와 거래를 성사시켜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자에게 직간접적인 수혜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시기가 도래했으며, 이는 곧 디지털 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를 활용해 ICT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국내 ICT 국가경쟁력 제고, ICT 기반 스타트업 기업 지원, ICT 관련 인재 양성 등 ICT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더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김용재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 y.kim@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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