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주요업체 누적 계정 1588만개 '꾸준히 성장'
품목 교체 수요 많아 신규 계정 확대는 다소 주춤
매트리스·식물재배기 등 새로운 품목 발굴 총력
MZ세대·소가구 겨냥 새로운 마케팅 전략 선보여
#직장인 A씨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커피머신 얼음정수기와 홈브루를 렌털 구매해 하루 대부분을 생활하는 집을 '홈카페'로 꾸몄다.
#주부 B씨는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평소 취미생활이던 텃밭 가꾸기 대신 식물재배기를 렌털 구매해 집 안을 작은 정원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은 국내 렌털시장 지형을 뒤흔들었다. 집콕족 증가로 가전 수요가 폭발하면서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인 렌털 품목 판매도 덩달아 늘었다. 여기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신가전이 렌털 영역으로 들어왔다.
구독경제 트렌드 확산과 새로운 소비층 등장은 렌털업계 전략을 재편하게 했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에 집중했던 사업 영역을 신가전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했고, 방문 영업 중심이던 마케팅 구조도 점차 온라인 마케팅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로 재편된 렌털 시장에서 민첩한 변화가 생존을 좌우할 요소로 부상했다.
◇가구당 렌털 품목 1.2개…뿌리 내린 구독경제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렌털업체 누적 계정 수는 약 1588만개로 추정된다. 2020년 1556만개에서 6개월 새 30만개 이상 늘었다.
국내 렌털 시장은 2017년 처음으로 1000만 누적 계정을 돌파한 뒤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 말 1500만 계정을 넘어선 뒤 올해는 1600만 계정 돌파가 유력하다. 가구당(4인 기준)으로 보면 약 1.2개의 렌털 품목을 사용하는 셈이다.
누적 계정 수 증가는 시장 성장을 방증한다.
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5년 24조5000억원에서 2018년 31조9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지난해는 40조원(40조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국내 개인·가정용품 렌털 시장은 전체 4분의 1가량인 10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렌털 시장 성장은 구독경제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다양한 가전을 폭넓게 이용하려는 소비자 요구에 기인한다.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최신 제품을 이용하려는 소비자 요구와 적절한 이용료에 주기적인 제품 관리 서비스까지 내놓은 업계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집콕족의 가전 구매가 크게 늘면서 렌털 이용도 확대됐다.
렌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렌털 수요가 크게 늘면서 시장도 꾸준히 성장 중”이라면서 “시장 확대에 맞춰 업체들도 신제품 출시와 결합상품 등 마케팅을 강화해 고객 유치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굳건한 선두 '코웨이'…중위권 다툼 치열
국내 렌털시장 선두는 코웨이다. 올해 상반기 누적 계정 수는 약 650만개로 압도적인 선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20만개 가까이 신규 계정을 확보했다.
중위권 싸움은 치열하다. 올해 상반기 LG전자가 약 280만 누적 계정으로 코웨이를 뒤쫓고 있다. LG전자는 2019년 처음 200만 누적 계정을 돌파한 뒤 매년 30만 이상 신규 계정을 확보하며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인다. 공기청정기 등 렌털 주력 품목 외에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신가전을 내세워 올해 300만 계정 돌파가 유력하다.
뒤를 이어 SK매직과 쿠쿠홈시스가 각각 211만, 200만개 누적 계정으로 접전이다. SK매직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주방가전 강점을 내세워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쿠쿠홈시스 역시 합리적인 가격과 '끓인물 정수기' 등 기존 제품과 차별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밖에 청호나이스와 웰스는 올해 상반기 각각 163만, 84만 누적 계정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소폭 성장하는데 그쳤지만, 하반기에 출시할 정수기 신제품과 식물재배기 등 신가전에 기대를 건다.
◇품목 다변화·연합전선 구축…렌털 업계 변신 중
국내 렌털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지만 신규 계정 증가 속도는 갈수록 느려진다. 지난해 코웨이, SK매직, 청호나이스 등 주요 렌털 업체 대부분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큰 폭의 신규 계정 확보는 못했다. 신규 고객보다는 기존 고객 품목 교체 수요가 많았다는 의미다.
신규 계정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국내 렌털 시장이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특정 품목에 집중된 영향이 크다. 업체별 매출 중 세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60%가량이다. 이런 가운데 공기청정기 국내 보급율은 70%를 넘어섰고, 정수기 역시 60% 이상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시장 참여기업까지 늘면서 경쟁이 더 심화돼 가격경쟁으로 치닫는 양상까지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는 신규 수익을 창출할 품목 발굴에 집중한다. 코웨이 '매트리스 렌털 사업'이 대표적이다. 2011년 하반기 매트리스 사업을 시작한 코웨이는 올해 1분기 기준 해당 영역 매출을 2270억원까지 성장시켰다. 분기별 성장률 역시 20~30%로 높다.
SK매직은 렌털 업계 최초로 '플랫폼 비즈니스' 전환을 선언했다. 자사 제품에만 머무르지 않고 타사 가전까지 렌털로 판매하거나 방문 관리 서비스만 제공하는 사업 모델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삼성전자 의류관리기, 세탁기, 건조기 등 제품을 렌털 판매 중이다. 특히 단순 판매를 넘어 방문판매영업(MC) 인력을 활용해 의류관리 등 서비스까지 제공해 부가 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 여기에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계열사 SK텔레콤 매장을 적극 이용하고, 온라인에서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쿠첸, 샤오미, 필립스 등 타사 가전도 판매하며 이용자 유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SK매직 관계자는 “연말까지 전국 SKT 매장 3500여 곳을 SK매직 렌털 품목 마케팅과 판매 거점으로 확보할 예정”이라면서 “최근 온라인에서 판매가 많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샤오미, 필립스, 쿠첸 등 제품을 최저가에 판매해 신규 고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00만 누적 계정을 목표로 한 웰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가전에 승부수를 던졌다. 웰스는 식물재배기 렌털 사업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숙면 솔루션을 결합한 매트리스를 개발 중이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이 제품은 GC녹십자와 협업해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사용자 수면 시간, 자세 등을 분석해 건강 상담과 건강기능식품 등 최적 숙면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혈압, 혈당, 다이어트 등 만성질환 개선 솔루션도 추진 중이다.
MZ세대 끌어안기도 적극적이다. 국내 렌털 시장의 주 소비층은 여전히 40~50대로, 전체 60%가량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 2030세대와 3인 이하 소가구가 전체 고객의 20% 가까이 급성장하면서 시장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MZ세대는 △디지털 환경 경험 △최신 트렌드 수용 △소유보다는 공유 △사용자 경험 중시 등이 특징이다. 렌털 업계는 합리적인 가격과 세련된 디자인, 새로운 사용자 경험 등을 내세워 MZ세대 끌어안기에 나섰다.
기존 정수기 대비 크기를 3분의 1까지 줄인 초소형 직수정수기부터 홈카페 트렌드에 맞춘 커피머신 얼음정수기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집 안에서 수제 맥주를 제조하는 홈브루를 렌털로 판매 중이다. 여기에 쿠쿠는 반려동물 가구를 겨냥해 급수기, 유모차 등도 렌털 품목으로 출시했다.
렌털 업계 관계자는 “신규 고객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MZ세대를 포함한 소가구는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 주력해야 할 대상”이라면서 “홈카페, 홈가드닝 등 다양한 트렌드를 반영해 신규 가전을 발굴 중”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