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로 소부장 기술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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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마이크로LED용 다기능소재연구단장(ETRI 책임연구원)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는 높은 효율과 신뢰성, 우수한 명암비, 크기 제한 없이 디스플레이를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중국·대만·일본·유럽·미국 등 많은 나라가 마이크로 LED 연구를 가속화하면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종주국 위상을 넘보고 있다.

마이크로 LED TV를 시판하는 국내 전자업체 경우 일본 기업 소재를 적용해 생산하고 있으나 그 가격이 1억원 이상이어서 제품가격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 마이크로 LED 제작 비용을 낮추고 상용화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반도체 웨이퍼에서 제작된 마이크로 LED를 디스플레이 패널 기판으로 옮겨 심는 전사 접합 공정비용이다.

지난 5월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학회인 SID 디스플레이 위크에서 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욜 디벨롭먼트도 전사 공정비용을 줄이는 것이 마이크로 LED 상용화를 앞당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발표했다. 실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연구기관, 회사, 스타트업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마이크로 LED 전사 접합 공정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혁신은 한 우물만 파면서 연구해온 소재·부품·장비 기술력과 지금까지 당연시 돼 왔던 기술 관행을 와해시키면서 얻을 수 있었다.

연구진은 신소재를 바탕으로 전사 공정과 접합 공정을 한 번에 수행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옮기는 전사 공장과 심는 접합 공정을 나눠 수행하는 것을 당연시 여겨왔는데 이를 혁신한 셈이다. 그간 전사 공정과 접합 공정은 별도 장비가 필요하고 생산성이 다르며 수율도 일정하지 않아 많은 문제를 발생시켰다. 연구진은 두 공정을 하나로 대체하면서 문제를 손쉽게 해결했다. 덕분에 불량 화소 수리 공정도 기존 대비 비용과 시간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대한민국 관련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CD, OLED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인 마이크로 LED에서도 대한민국이 디스플레이 종주국 지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공정과 그에 따른장비를 결정하는 것은 소재 기술이다. 국내 기업들도 앞선 예시처럼 소재가 장비, 부품 및 제품가격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소재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회사들은 아직도 신제품을 개발할 때 소재 강국인 일본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일본 기업 제품을 적용해 신제품을 양산화한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단일품목 시장 규모가 큰 반도체와 마이크로 LED 전공정 소재에 비해 품목이 다양한 후공정 관련 소재 개발이 어렵다. 여기에 시장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일본 업체 의존도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마이크로 LED 사례처럼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난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간 축적된 국책 연구기관 핵심 기술을 활용하면 의외로 기업의 당면한 문제를 쉽게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기업과 국책 연구기관의 원활한 소통 채널 확보와 더불어 상용화를 위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연구 재원 지원이 필수적이다.

소재·부품·장비 원천기술을 내재화할 때 기업 미래 먹거리인 차세대 제품 개발을 해낼 수 있다. 치열한 국내외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단기간에 개발하고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정책과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최광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마이크로LED용 다기능소재연구단장(ETRI 책임연구원) kschoi@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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