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거나 비판하거나”…대선 정국 '문재인 끌어들이기' 요란

대선판에 문재인 대통령 소환이 심화됐다. 청와대가 대선 정국과 선을 긋고 민생 챙기기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것이 무색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거나, 각을 세우면서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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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오후 열린 온라인 2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유력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4일 친여 성향 유튜브 '박시영 TV'에 출연해 “며칠 전 수도권단체장 회의로 청와대에 다녀왔다”며 문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 지사 주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지시가 최근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들의 집중적인 검증 공세를 받는 것을 두고 위로했다고 한다.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이 차 한 잔 주시면서 '마음고생 많았네'라고 위로해줬다”고 말했다. 또 '201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경쟁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괴롭히지 않았냐'는 진행자 질문엔 “막상 당해보니, 죄송하다”고 답했다.

당내 비주류로서 유력 대권 후보까지 올라온 이 지사가 문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은 당내 강성 친문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문 대통령 아들인 준용씨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양반”이라고 언급하고,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정청래 의원 등 친문 인사와의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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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선 예비후보가 14일 저녁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장인 빈소가 마련된 전남 목포시 산정동 봉황장례문화원을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문 대통령 소환에 동참했다. 이른바 추-윤 갈등 속 문 대통령이 자신의 손을 들어줬다는 주장이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지난해 12월 16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징계 의결 결과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과정을 소개했다. 추 전 장관 주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당시 윤 총장 징계 처분을 재가하며 “이것이 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당시 대통령이 징계의결서를 일일이 다 보고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민주주의 제도 아래서 민주적 통제를 하는 장관이 잘한 것이라며 재가를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특히 “징계의결서가 무려 100쪽이 넘는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그걸 다 보시고 '기가 차다' 하시고 재가한 것”이라고도 했다. 사회자가 '기가 차다'라는 말을 대통령이 언급했으냐고 질의하자 “기가 차다, 딱 그런 표현은 안 했지만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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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 후 5·18 구속 관련자들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대권 출마를 선언한 뒤 문 대통령을 언급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후 직간접적으로 문 대통령과 현 정부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한편, 추-윤 갈등 전개과정을 설명하며 문 대통령이 자신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윤 전 총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추미애 장관과 같이 물러나면 징계는 없는 것으로 하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사퇴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뜻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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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2일 오전 대전 유성 국립대전현충원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서 참배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선 출마를 위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제헌절 메시지를 통해 “헌법의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 정책 수립이나 집행 과정에서 통치자 의중에 따라 적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현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감사원장 재직 시절 논란이 됐던 정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사건' 의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여야 유력 후보들의 문 대통령 소환에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민생과 방역을 챙기기에도 바쁘고,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이 엄중한 상황 속에서 방역과 백신 접종, 민생 회복에 혼신의 집중을 다하고 있는 대통령을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사진4】문 대통령 역시 지난 5일 대선 경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철저한 중립을 당부한 바 있다. 청와대도 지난 12일 대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됨에 따라 선거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비공개 및 답변 연기 적용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여야 유력 후보들의 문 대통령 소환에 대해 “여야 모두에게 있어서 대선정국에서의 문 대통령은 파급력을 가진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대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감없는 대통령이라면 언급조차 하지 않는게 정치 논리라는 것이다.

그는 “청와대가 정치와 선을 긋고 민생을 챙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유력 후보들의 입에서 문 대통령 언급이 나오는 것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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