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중세까지 인류는 끊임없이 연금술을 연구했다. 21세기에도 연금술사들은 존재한다. 신소재공학 영역에 있는 연구자들이다. 중세의 연금술사들이 주문을 외웠다면 21세기 연금술사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다. 이민호 버추얼랩 대표는 그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연금술사다.
이민호 대표는 “신소재 개발에는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시간의 투입이 요구된다”며 “시뮬레이션, 기계학습은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고가의 서버, 소프트웨어(SW)를 구입해야 하고 전문 기술 등의 진입장벽으로 인해 대기업이나 정부 출연 연구소 외에는 도입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에서 신소재공학을 공부하다가 시뮬레이션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는 플랫폼 기반 연구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플랫폼 개발자로 근무하는 동안 플랫폼 기반 시뮬레이션을 만들면 더 많은 산업체, 학교, 연구소 연구원들이 연구개발(R&D)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2016년 버추얼랩을 창업하고 '머터리얼스 스퀘어'(Materials Square)라는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
창업 당시 미션은 '누구나 시뮬레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이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그는 “기존 시뮬레이션 연구 환경은 정보기술(IT) 전문가가 아닌 소재 전문가에게는 굉장히 큰 진입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머터리얼스 스퀘어는 진입장벽 없이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다양한 시뮬레이션 방법론을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편리하고 효과적인 시뮬레이션 SW가 있다 해도 연구자들은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직접 구입해야 한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버추얼랩은 클라우드를 활용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뮬레이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도약기기업 지원 사업 '정글프로그램' 선정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그는 “버추얼랩은 AWS 의존도가 매우 높아 '정글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AWS 관련 다양한 세션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보다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버추얼랩의 머터리얼스 스퀘어 서비스는 간편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신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도입이 활발하다. 이미 국내를 넘어 전 세계 88개국 연구소들이 매트리얼 스퀘어를 이용해 R&D를 진행 중이다. 해외 사용자 비중은 70%를 넘는다.
그는 “플랫폼으로서 연구자와 연구자, 연구자와 기술을 연결해 우수한 연구 방법론 개발자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사용자에게는 좋은 연구 방법론의 활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향후 신소재공학과 더불어 화학,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로 제공 분야를 넓혀 더 나은 R&D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