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국회를 통과한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73만여 가구에는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5만여 가구는 기부를 신청했지만, 58만여 가구는 지원금을 미신청했다. 정부는 미신청 지원금을 기부로 간주해 처리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않은 가구는 73만5627곳이라고 11일 밝혔다. 이중 21.4%인 15만7335 가구는 직접 기부 의사를 밝혔다. 반면에 78.6%인 57만8292 가구는 지원금 아예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들 미신청 가구에 대해서도 기부로 의제 처리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전체 약 2782억원 중 지원금 신청시와 신청후 기부의사를 밝힌 금액은 약 289억원이었던 반면에 지원 대상자들이 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정부 의제 기부금은 약 2493억원에 달한다.
서 의원은 정부가 지원금 미지급 가구의 약 80% 58만여 가구에 대한 방침을 행정 편의적으로 기부 처리했다는데 문제를 제기했다. 한 분도 빠짐없이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대상을 전국민으로 바꾼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했던 1차 재난원금은 초기 논의 당시 소득 하위 70%에서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됐었다. 최근 지원금 논의와 마찬가지로 필요한 곳에 더 많이 지원해야 하기 위해 선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국민 형평성과 문제와 함께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 가능성 등이 제기되며 논란 끝에 전국민 대상으로 변경됐다.
서 의원은 “신청 대상자인지 몰라서 혹은 신청 방법을 몰라서 신청하지 않은 사람을 기부로 간주하면서 무늬만 전국민 지원이 되어버렸다”며 정부의 행태를 꼬집었다. 이어 “미신청한 58만여 가구가 사각지대에 방치된 재난지원금이 더 필요한 사회취약계층일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서 의원은 현재 국회에 올라와 있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5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먼저 지급시스템 등 제도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급대책 보완 없이 5차 재난지원금이 지출된다면 지난해와 같은 미지급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 의원은 “지원금 지급 기준을 두고 소득 하위 80%와 전국민을 논의하기 앞서 지원 대상자 모두가 빠짐없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졌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지급시스템에 대한 제도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