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난해 매출액이 13대 글로벌 자동차 그룹사 가운데 4위를 기록했으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10위에 그쳤다.
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13개 자동차 그룹을 대상으로 한 '2020년 주요 자동차 그룹 R&D 투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작년 R&D 투자액은 테슬라만 전년 대비 11.0% 증가했고 나머지는 모두 감소했다고 밝혔다.
R&D 투자액 규모는 폭스바겐이 전년 대비 2.9% 감소한 138억8500만유로로 1위를 차지했고, 토요타(-1.8%)와 다임러(-10.6%)가 각각 86억2000만유로와 86억1400만유로 순이다. 포드(63억2400만유로, -4.1%)와 BMW(62억7900만유로, -2.2%), 혼다(61억6700만유로, -5.0%)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35억7600만유로를 기록해 10위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기업의 매출액과 R&D 투자액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은 매출액이 전년 대비 0.4% 감소하고 R&D 투자액은 0.5% 줄어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현대차그룹 매출액은 폭스바겐과 토요타, 다임러에 이어 4위로 포드와 GM 등을 추월했다. 현대차그룹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9%에 그쳐 조사 대상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닛산(6.4%)과 르노·BMW(6.3%), 폭스바겐(6.2%) 등 다른 기업들과 차이가 컸다.
보고서는 R&D 투자가 고부가가치 제품력, 전동화,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R&D 투자 규모 1위 폭스바겐그룹은 아우디, 벤틀리, 포르쉐 등 3개 프리미엄 브랜드의 그룹 내 판매 대수 비중이 23.3%(130만대)에 불과하나 매출액 비중이 42.9%로 약 1.8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반면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가 12만9000대로 글로벌 판매(374만대)의 2.9%에 불과해 R&D 투자를 늘리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폭스바겐과 다임러 등은 전동화 R&D 투자도 본격화하며 3년 만에 중국 등을 제치고 시장 주도권을 탈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순수전기차(BEV) 모델을 2017년 4종에서 2020년 10종으로 확대했다. GM(9종)과 폭스바겐(16종), 다임러(8종) 등도 R&D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보고서는 현대차그룹 등 국내 기업 R&D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원인으로 매출액 대비 낮은 영업이익률, 정부의 대기업 차별 정책 등을 꼽았다. 먼저 임금 등 비용 부담으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낮아 R&D 투자 여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봤다. 외국 경쟁 기업 영업이익률은 토요타(8.1%), 테슬라(6.3%) 등 4∼8%대지만 현대차그룹은 2.7%에 불과하다.
정부의 예산 배분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대학, 중소기업 위주로 이뤄져 대기업이 오히려 소외되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했다. 대기업의 R&D 세액 공제는 투자액 중 0∼2% 수준으로 프랑스(30%), 영국(13%), 캐나다(15%) 등 선진국보다 낮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장기적으로 대기업 차별적인 R&D 지원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면서 “차량용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수소차 관련 부품소재 기술, 배터리 등 미래차 관련 주요 기술을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해 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