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AI 법률사무소](27)상처받은 사회와 AI시대 행복인프라 공정과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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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에만 1만3799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 세계 183개국에서 4위. 우리나라 자살 사망률이다. 사람은 왜 불안해하고 걱정하는가. 현생 인류는 네안데르탈인보다 뇌 용량이 200㏄ 작아졌지만 감정·동작·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소뇌가 커졌다. 소뇌가 활성화되면 겁이 많아진다. 적을 무서워하고 혼자 다니지 못해서 가족·동료와 공동체를 이뤄 협력하고, 업무와 성과를 나눴다. 불안과 걱정을 협력으로 해소하는 과정이 현생 인류를 생태계 꼭대기에 올려놓은 역사다.

현대인에게 상처는 왜 생기는가. 전장에서 적과 싸울 때는 죽고 다치는 일이 빈번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없다. 치안도 좋다. 산업사회에서는 국민 대다수가 산업화 과정에 참여하고 혜택이 크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있더라도 상처를 잘 느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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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는 경제적 풍요로 인해 당장의 위협은 없지만 성장은 정체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커진다. 자원 배분이 공정하지 못하고, 차별 대우를 받으면 상처가 생긴다. 실력주의에 따른 '게임의 법칙'은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게임의 법칙을 따르면 없어질 것으로 믿은 빈부격차·불공정·차별이 도처에서 자라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서의 상처는 무엇일까. AI가 신규 일자리를 만들지만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실업도 증가한다. AI를 잘 활용해서 성공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AI 자원을 독점하거나 불공정하게 분배한다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별과 소외라는 상처를 만들 가능성이 짙어진다.

불공정에 저항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불공정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불공정이 가져올 결과로서의 차별과 소외가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악순환도 문제다.

AI 시대는 국민의 상처를 감싸는 행복 인프라가 중요하다.

첫째 공정(公正)의 확립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 유한자원을 두고 경쟁이 일어난다. 사람이 붐비는 맛집을 찾는 것은 튼튼한 위장과 선착순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취업, 입시, 자격 등 극도로 유한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선착순 이상의 공정이 필요하다. 취업은 회사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춰야 하되 인맥, 금전, 차별 등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입시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요구하는 수학능력을 갖춰야 하고, 부모나 친척의 인맥 또는 재력이 작용해서는 안 된다. 공정한 경쟁 환경을 위해서는 교육도 중요하다. 공정한 교육 기회를 방해하는 낡은 관행과 법제도를 찾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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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평등(平等)의 확립이다. 공정한 경쟁을 거쳐 누군가는 취업하고 누군가는 학교에 들어간다. 반면에 누군가는 실업자로 남고 누군가는 재수하거나 학업을 중단해야 한다. 경쟁이 공정했다고 해서 승자가 패자를 경멸할 권리를 갖지는 않는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그들 간에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육류 등 식품에 매기는 등급처럼 S급, A급, B급 등으로 사람에게도 등급이 매겨지고 있다. 그 등급이 공정한지도 의문이다. 정부, 기업 등 모든 조직에서 사람을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자. 그러자면 구성원의 다양한 역할과 기여를 존중해야 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맹상군은 도둑질과 닭 울음소리를 내는 식객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다양성을 찾고 존중한다면 경쟁을 줄이고 평등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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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갈등 조정 시스템을 만들자. AI 시대에는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많은 분쟁이 예상된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국민이 서로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은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충분한 토론과 설득을 통해 갈등 및 분쟁을 조정하고, 그와 같은 절차적 과정을 존중하는 법제도와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 공정과 평등은 상처받은 시대를 치유하는 최고의 복지임을 잊지 말자.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국가지식재산위원) sangjik.lee@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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