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선택과목 점수 유불리 아닌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하라"
깜깜이 선택으로 사교육 의존도 높아질까 우려
EBS직접연계도 없어 절대평가인 영어도 어려워져
문·이과 통합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선택과목에 대한 점수가 공개되지 않아 수험생이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29일 발표하면서 선택과목 점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선택과목별로 정보를 공개하게 되면 학생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기보다 점수를 어떻게 쉽게 받을 것이냐에 집중할 수 있다”면서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공통과목과 합한 점수로도 본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험생이나 진학지도를 해야 하는 교사들은 깜깜이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정확한 정보를 모른 채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하라는 것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학생들은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해 불안감에 사교육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게다가 문·이과 유불리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수험생들은 수학영역에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주로 문과 학생들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다. 수시에서는 문과생들이 수능최저학력기준 등급 확보에 불리하다. 상대적으로 수학을 더 잘하는 이과학생들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게 될 경우 정시에서 문과생이 불리할 가능성도 높다.
모의평가는 11월 수능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잣대가 되는 만큼 올해 수능까지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모평에서 국어와 수학은 선택과목 문제가, 영어는 EBS 직접연계가 없어져 수험생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국어는 선택 과목 비율에 상당한 차이가 났다. 국어 영역 응시자 가운데 화법과 작문 선택 72.2%, 언어와 매체 선택 27.8%이었다.
심지어 난이도까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모평에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6점으로, 2019학년도 본수능 150점 다음으로 가장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을 받는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146점으로, 2020학년도 본수능 수학나 149점, 2021학년도 9월 수학나 148점에 이어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진단된다. 영어 1등급은 5.5%에 그쳐 시험이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이과 통합의 이유가 계열을 넘나들면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가 있지만, 사회와 과학을 모두 선택한 학생들은 2.5% 안팎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업계에서는 문이과 유불리, 선택과목 유불 리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서 학교가 학생들에게 정확한 방향을 잡아주는 데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로학원은 “같은 점수라도 선택과목 집단의 수준에 따라서 본인의 실력과 무관한 점수차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실제 수능에서 현실화될 경우 정시에서 크게 혼란 발생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