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에서도 우리 중소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재도약 기회를 찾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비대면 서비스를 활용해 보안을 강화하고 회계프로그램 도입, 부서 간 정보 공유 등을 통해 내실을 다졌다. 스타트업과 사회적기업도 재택근무를 전면 도입해 일하는 문화를 바꾸고, 오프라인 중심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 조립 전문 생산업체 비케이전자에게 코로나19는 사업 내실을 다지는 기회가 됐다. 특히 재택근무 전환에 따른 보안 강화에 중점을 뒀다. 1987년 설립된 이 회사는 아리랑 3호기, 5호기에 들어가는 PCB를 비롯해 KTX산천의 모터블럭부터 헬리콥터에 납품하는 블랙박스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생산 제품의 특성상 보안 유지가 필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환경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보안과 인증에 대한 요구는 점차 커졌다.
유병기 비케이전자 대표는 “자체 보유 기술부터 방산 관련 기밀 자료부터 제품 정보 등에 대한 보안 유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분야”라면서 “비대면 업무환경으로 인한 보안 기능 강화 방법에 대해 고민한 결과 바우처 서비스 수요기업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사회적기업 공생은 비대면 바우처 사업의 덕을 톡톡히 봤다. 민노아 공생 대표는 2018년 회사를 창업했다. 제품 양산을 목전에 두고 코로나19가 터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재 수입이 막혔고, 일본 수출 계획까지 틀어졌다.
민 대표는 비대면 서비스 도입을 해법으로 찾았다. 비대면 서비스 플랫폼에서 화상회의 솔루션 노트플러스와 재택근무 서비스 와이브릿지를 경영에 도입했다. 외부 미팅과 회의는 물론 공생이 운영하는 교육사업 부문도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했다. 민 대표는 “비대면 서비스 도입으로 안정적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앞으로는 비대면 서비스를 기반으로 수출까지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경영관리 체계를 확립한 사례도 적지 않다. 전기공급 및 제어장치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에스알이엔지는 웹케시의 경리나라를 도입해 업무 처리 환경을 개선했다. 기업 인터넷 뱅킹에 하나하나 접속할 필요 없이 금융·회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각종 업무 처리에도 속도가 붙었다.
박성훈 에스알이엔지 대표는 “다소 불편함이 있었지만 이제는 체계적인 인사 급여 관리와 거래처 매입과 매출 업무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케이전자, 공생, 에스알이엔지 모두 비대면서비스 바우처 사업 참여 안팎으로 고용을 늘렸다. 업무 추진 과정 전반에서 효율성이 크게 상승하고, 재택근무 활성화에 따른 유연근무제 적용 확산 등 다양한 부수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에듀테크 기업 휴넷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중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중소·벤처기업의 디지털 전환(DX)을 확산하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오는 14일부터 추가 수요 기업을 모집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 공급기업의 성장과 수요기업의 고용 창출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제도를 더욱 면밀히 설계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