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석윤 철도연 원장, “큰 형님으로서 기관 살필 것...K-철도기술 명품화 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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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윤 철도연 원장은 기관 설립 첫해부터 근무한 시니어, 큰 형님으로서 철도연을 이끌고 싶다고 밝혔다.

28일은 철도의 날이다. 1894년 6월 28일 우리나라 철도국 설립을 기념하고 기간 교통수단으로서 철도의 의의를 되새기는 날이다. 철도는 오랜 기간 전국 곳곳에서 여객과 화물 운송 역할을 해왔다. 나날이 발전을 거듭해 더욱 빨라지고 편리해졌다. 이런 철도의 발전을 견인하는 곳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수많은 관련 핵심 기술을 개발, 철도 발전을 이뤄왔다. 철도 그리고 철도연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고, 어떤 혁신을 이루게 될까. 지난 4월 취임해 철도의 미래를 준비하는 한석윤 철도연 원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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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윤 철도연 원장 대담중인 정동수 전국총괄부국장(오른쪽).

대담=정동수 전국총괄 부국장

-취임 후 두 달여가 됐다. 철도연 근무 기간이 오래된 것으로 아는데.

▲철도연이 설립된 1996년부터 이곳에서 일했다. 적응이랄 것이 사실 없다. 취임 당시에도 원장이라기보다는 '기관 설립 첫해부터 근무한 시니어, 큰형님'으로서 감회가 깊다고 했을 정도다.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주 어릴 때부터 철도를 동경했다. 어릴 적 동네 근처에 기차가 지나다녔는데 그게 시끄럽지 않고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결국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직장도 철도 관련 기업에서 시작했다.

철도연에 들어와 연구할 때도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세계 수준의 무인자동운전 경량전철 시스템 구현에 나서 이를 총괄할 때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시험선 확보에 애먹다가 경산 폐선 부지를 겨우 확보하고 첫 시험에서 2량 열차가 서로 반대로 움직여 당황했던 일도 있었다. 시험선 만들 때는 당시가 철강파동 시점이었는데, 자재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른 적도 있다. 워낙에 에피소드가 많다. 때론 아찔하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했다.

철도만을 생각하며 25년을 달려왔더니 어느덧 지금 이 자리에 섰다. 원장 자리는 영광스럽지만 책임감과 의무감이 앞선다. 철도연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다. 마지막에 멋진 모습을 보이는 것이 소원이다.

-원장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철도의 날을 맞는다. 관련 연구기관을 이끄는 수장 입장에서 철도의 날에 특히 되새기고 싶은 기관의 가치를 꼽는다면.

▲우리 철도가 해외 선진국의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으며 기술자립을 이룬, 영광의 날들이 생각난다. 1899년 경인선 개통을 시작으로 1974년 지하철 개통, 2004년 고속철도 KTX 개통 등 역사적인 순간은 사실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모두 해외 기술에 의존했다.

그러나 1996년 철도연 설립 후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는 시동을 걸 수 있었다. 2001년에는 한국형 표준 전동차를 개발했고, 11년 전에는 우리 기술로 KTX-산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듬해 부산 4호선 한국형 고무차륜 K-AGT 경량전철 상용화 역시 우리 기술로 이뤄냈다. 미래도 준비하고 있다. '하이퍼루프'로 잘 알려진 신교통 철도 '하이퍼튜브' 역시 우리 기술로 개발하고 있다.

이제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수준으로 보면, 우리 철도기술은 유럽이나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수준이 됐다고 본다. 이제는 이들을 넘어야 한다. 그래서 '세계 철도기술을 선도하는 명품 철도연'을 비전으로 새로 정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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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일성으로 선도적 R&D를 강조했다. 특히 힘을 싣고자 하는 선도 R&D 영역은 무엇이 있는지.

▲경영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한 것이 'K-철도기술의 명품화'다. 세계 철도를 선도할 때가 됐다고 본다. 명품은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동안 철도연이 20여년간 이뤄 온 기반에 최신 트렌드를 접목할 생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인공지능(AI) 기술을 더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감성적인 부분, 문화를 접목하고자 한다. 이러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각기 요소가 갖는 경쟁력을 융합하고자 한다.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탄소 중립시대에 주요한 그린 뉴딜 스마트 철도기술, 수소열차와 물류기술에 집중하고, 1200㎞급 초고속 하이퍼튜브 개발을 추진한다.

기존에 해왔던 통일시대와 유라시아 횡단철도에 대비한 기술 개발도 계속 역점을 둘 계획이다. 3D프린팅 기술로 북한 철도와 국내 노후철도를 개량하는 것도 신경쓰고 있다.

AI와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요소를 철도에 가미하고, 이를 기반으로 문화 콘텐츠 요소를 더하고자 한다. 사람 중심 K-철도기술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근시일 내에 이루기는 쉽지 않은 계획이다. 복안이 있는지.

▲이는 생산성과 직결된 부분이다. 사실 철도연을 비롯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과거보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생산성 확대는 출연연 지상과제다.

근시일 내 K-철도 명품화를 이루고, 다양한 기술 개발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연구 수월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운영 시스템 혁신에 이미 나서고 있다. 먼저 구성원들 사기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원 본인이 흥이 나고, 하고 싶은 의욕이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행복경영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다. 일단 행복해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 또 혁신 토론회를 상시 운영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도 진행 중이다. 토론회 이름은 '철도연의 꿈(KRRI Dream)'이다.

그리고 기관에 '시스템엔지니어링(SE)' 기법을 내재화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SE 관점에서 보면, 목적 및 목표를 명확히 할 때 성과가 나온다. 두루뭉술한 것이 아닌 확고한 목적, 그를 위한 목표를 상세하게 설정하고 단계별 검증과 확인을 거치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명확한 시스템적 사고를 이루는 것이다. 서구의 과학적 사고기법인데, 우리의 전통적인 감성적 접근과 결합되면 독특한 방법론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관 내 보직자들에게도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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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실용화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 출연연 경우 연구성과의 실용화 저조가 문제로 지적되는 경우가 많은데, 해결 복안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기술 실용화는 우리 중점 추진 계획에 들어있다. 역시 어려운 과제인데, 수요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또 기술 수요자인 철도산업계, 철도건설·운영기관과 스킨십을 확대할 생각이다. 그들의 현안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성과를 공유하면 실용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가 보유한 철도종합시험선로를 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지자체와 협력하는 것도 중점 사항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는 철도 신기술 테스트베드가 된다. 이것이 실용화로 이어지게 되니 당연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무가선트램 부산 오륙도선 실증, S-BRT 세종시 실증도 이미 수행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산악 전기철도 실증도 지자체 공모 예정이다.

그리고 또 중요시 생각하는게 국민에 대한 철도기술 성과 홍보다. 국민은 연구개발(R&D)의 최종 고객이다. 국민이 성과를 잘 알아줘야 한다. 생명주기 관점에서 우리가 새로운 과제와 사업을 기획할 때, 중간 성과가 나왔을 때, 또 완료됐을 때 성과를 홍보하고자 한다. 전주기적인 홍보가 이뤄져야 철도연이 뭘 하고 있는지, 어떤 철도기술 발전이 이뤄졌는지 국민이 알 수 있다.

사실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철도연이 지난 세월 굉장히 많은 일을 했는데, 국민이 아는 부분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KTX-산천의 경우, 프랑스에서 수입한 KTX 이후 우리가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국민은 KTX-산천을 누가 만들었는지 잘 모른다. 아무래도 너무 일상적인 철도의 특성이 반영된 듯하다. 더 많이 우리를 알리고자 한다.

-창립 25주년에 원장으로 취임했다. 향후 30주년을 맞을 때는 기관이 어떤 곳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지.

▲철도연이 세계를 선도하는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곳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관으로 철도연을 만들고 싶다. K-철도기술 명품화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물론 명품이 쉽게 이뤄질 리 없다. 그래도 주춧돌은 제대로 놓고 싶다. 후임 원장은 세계 최고 명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를 위해 역할을 다할 것이다. 리더는 희망을 파는 사람이다. 구성원들이 희망을 갖게 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움을 주겠다. 소통과 조직 혁신으로 일할 맛 나는 직장 분위기 형성에도 힘쓰고 싶다.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현장형 리더, 큰형님으로서 역할도 기대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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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윤 철도연 원장은...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연세대에서 같은 분야 석사학위를 얻었다. 박사학위는 성균관대에서 산업공학 학위를 취득했다. 철도연과는 기관 설립 시점인 1996년부터 함께했다. 철도연에서 도시철도표준화연구단장, 도시철도기술개발사업단장 등을 역임했고, 부원장 격인 선임연구부장으로도 활동했다. 외부 활동으로는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학회장을 지냈다. 지난 4월부터 철도연 원장으로 취임, 활동 중이다.


정리=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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