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대비 전력 효율·내구성 우수
이르면 내년 신규 라인 구축 전망
전기차 등 반도체 생태계 강화 주목
시장 변화 대응…사업 다각화 포석

DB하이텍이 질화갈륨(GaN)과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전력 반도체 사업을 신규 추진한다.

GaN과 SiC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Si) 기반 대비 전력 효율과 내구성이 우수한 차세대 전력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제품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성장이 유망한 분야지만 그동안 국내 GaN와 SiC 등 신소재 기반으로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업체는 손에 꼽혔다.

국내 대표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의 진출로 차세대 전력 반도체 생산 기반이 확대되고 전기차 산업과의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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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부천 팹. <사진=DB하이텍>

22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GaN과 SiC 전력 반도체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는 시장 조사와 함께 GaN·SiC 제조를 위한 설비를 검토하고 있다.

DB하이텍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장비 납품 기간이 최소 1년인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DB하이텍) 장비 발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르면 내년에 GaN과 SiC 반도체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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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웨이퍼. <사진=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GaN·SiC 기반 반도체는 기존 Si보다 내구성과 전력 효율이 높다. 이 때문에 전기차, 인공지능(AI), 5세대(G) 이동통신과 같이 전력 소모량이 많으면서 안정성이 중요한 분야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GaN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4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연평균 70%씩 성장, 5년 뒤 11억달러 규모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는 연평균 185% 성장세가 점쳐진다. SiC 반도체도 2020년 7억달러에서 연평균 3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GaN·SiC가 차세대 전력 반도체로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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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가 개발한 S-대역 200W급 GaN 전력소자 웨이퍼

DB하이텍이 GaN과 SiC 반도체 사업을 준비하는 건 급성장하는 시장에 대응하고,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DB하이텍은 고객사가 설계한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이미지센서 등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회사다. DB하이텍이 제조하는 칩은 모두 8인치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GaN과 SiC 공정 도입으로 파운드리 서비스 확대가 가능하다.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자체 전력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근간이 돼 차세대 전력 반도체 제조로의 사업 확장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가 주력이지만 일부 자체 개발 칩도 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DB하이텍 행보는 국내 부족한 차세대 전력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현재 SiC 전력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예스파워테크닉스, 파워마스터반도체 정도다.

DB하이텍은 국내 대표 파운드리 업체인 만큼 상당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GaN과 SiC 전력 반도체 생산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차세대 전력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이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확보가 화두가 되고 있어 DB하이텍 투자가 국내 생태계와 공급망 강화에 기여할지 주목된다.

DB하이텍은 GaN와 SiC 등 차세대 전력 반도체 사업 추진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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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