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가 대리수술 등 비윤리적 의료행위 문제 근절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의사의 소극적 진료와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외과 기피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사고 발생률이 낮은 상황에서 극히 일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을 부풀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수술실을 잠재적 범죄 장소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초 환자가 예상 가능한 합병증·부작용이 발생한 경우나 정상적인 치료에 대해서도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만족이 발생할 때마다 촬영 자료 열람을 요청하는 것은 빈번한 의료분쟁으로 확대시켜 의사와 환자간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단체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둬 의료진의 집중력 저해를 초래하고 능동·적극적이어야 할 수술이 의료진의 방어·소극적 대처로 이어져 의료행위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또 수술실은 환자의 환부, 나체와 같은 민감한 사생활 영역이 의료행위를 위해 외부에 노출되는 장소로 네트워크 전문가가 전무한 의료기관의 보안 취약성을 노린 악성 해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술실 CCTV 설치가 환자 인권 침해는 물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인권 침해로 연결된다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언급했다.
의협은 “대리수술 방지책 등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국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개정추진을 즉각 보류하고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정부·정치권·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책추진 여부를 결정해 나가야한다”고 요구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전 세계에서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강제로 규정한 국가는 없다”면서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일부의 일탈을 확대해석한 소모적이고 과도한 규제이므로 절대 반대한다”고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개원의협은 “외과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나 의료사고 가해자로 취급하고 있는 CCTV 설치는 의사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것이며 수술을 보조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인권도 심각히 침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의대생들의 외과계열 전공 기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