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첫 전용 플랫폼 전기차 '아이오닉5' 영업용 모델의 가격을 확정했다. 서울 개인택시 운전자의 실구매가는 2200만원대다. 일반 승용 모델보다 최대 600만원 저렴하다. 택시 추가 보조금, 유지비 절감, 부제 제외 등과 같은 혜택을 고려하면 기존 액화석유가스(LPG) 택시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22일 본지가 입수한 현대차 아이오닉5 영업용 가격표에 따르면 아이오닉5 택시 가격은 법인·개인택시(일반과세자) 기준 4495만원, 개인택시(간이과세자) 기준 4086만3636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개인택시는 부가세를 추가 감면한 가격이다.
같은 58.0㎾h 배터리(주행거리 336㎞)를 탑재한 아이오닉5 승용 스탠다드 익스클루시브(4695만원, 세제 혜택 후 개별소비세 3.5% 기준) 모델과 비교해 법인택시 300만원, 개인택시 600만원 저렴하다. 일반 모델과 성능이나 기본 안전·편의 장비는 동일하지만 가격을 낮추기 위해 사용 빈도가 낮은 고속도로 주행보조 등 지능형 안전 장비를 제외했다. 옵션으로 429㎞를 달릴 수 있는 72.6㎾h 롱레인지 배터리(300만원),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을 포함한 스마트센스(70만원)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보조금을 더하면 실구매가는 더 낮아진다. 서울시 기준 아이오닉5 보조금(국고+지방자치단체)은 1200만원인 데 비해 택시 모델은 600만원 많은 18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서울시 기준 택시 실구매가는 법인택시 2695만원, 개인택시 2286만원 수준이다.
서울시가 전기택시에 일반 전기 승용차보다 더 많은 보조금 지급을 결정한 것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택시는 일반 승용차보다 하루 주행거리가 7배 이상 길다. 전기택시를 1대 도입할 때마다 약 21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다.
현재 전국 택시 시장 규모는 25만여대이며, 이 가운데 개인택시가 17만여대 차지한다. 아이오닉5는 시장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충전 인프라가 잘 구축된 수도권 개인택시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개인택시는 온종일 쉬지 않고 영업하는 법인택시와 달리 영업시간이 한정돼 충전 시간 할애에 여유가 있다. 특히 전기택시 운행 시 부제 제외가 가능하다는 점은 개인택시 운전자에게 큰 이점이다. 전기택시는 지난해 11월부터 개인택시 부제에서 제외돼 모든 요일에 운행할 수 있다.
아이오닉5 택시는 상품성 면에서도 비슷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쏘나타 개인택시(1768만~2318만원)나 그랜저 개인택시(2482만~2800만원)보다 우위에 있다. 전용 플랫폼 기반 설계로 축 간 거리가 3000㎜에 달해 2열 공간이 넓고, 최신 안전·편의 장비까지 기본으로 갖췄다. 엔진오일과 같은 소모품을 교체할 필요가 없어 유지비도 적게 든다.
지방자치단체별 보급 목표가 적다는 점과 반도체 대란 이후 출고 물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향후 전기택시 대중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시행한 전기택시 2차 보급 물량 200대 대다수가 하루 만에 소진됐다. 충전 시간을 최소화해야 하는 택시 운행 특성을 고려한 적재적소의 초급속 충전 인프라 확보도 남은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택시 보급을 확대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높이려면 보조금 물량 확대는 물론 도심권 교통 요충지의 초급속 충전 인프라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