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69>한 번쯤 시도해 보기

풍림화산.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손자병법 '군쟁편'의 한 대목이다. 전장에서 군사를 어찌 움직여야 할지를 바람, 숲, 불, 산에 빗대어 설명한 것이다. 두 무장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어느 재일교포 실업가의 경영철학이라 해서 다시 유명해지기도 했다. 물론 기업경영에 어찌 적용해야 할지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손자 역시 이 대목을 “이토록 군사를 다룸은 어려운 것이다”라고 탄식하듯 끝낸다.

요즘 기업경영에서 관심어는 무엇일까. 굳이 풍림화산에서 고르라면 '군사를 움직인다면 질풍처럼 날쌔게'란 대목 아닐까 한다. 손자병법에서 따왔으니 진부할 듯도 하다. 그러나 님블(nimble), 에자일(agile), 스위프트(swift) 같은 용어로 바꿔 놓고 보면 어떤가. 요즘 기업의 관심사이자 유행어 아닌가.

거기다 급진적 혁신이나 와해성 혁신이라 부르는 것과도 닮아 있다. 요즘 사내에 쓸 만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없다는 푸념과도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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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어떻게 해야 할까. 원리와 적용은 다른 문제니 답을 찾기란 싶지 않다. 그러니 이런 우스개마저 있다. 어느 글로벌 기업에 난제가 있어서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를 불러 한참 설명했더니 그 경제학자가 말하길 “내가 얼마 전에 쓴 책에 다 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경제학자만큼 유명한 경영학자를 불렀더니 경영학자는 “이건 세상 어디에도 없던 문제”라더라는 것이다.

앤디 그로브 인텔 회장이 와해성 혁신 방식을 창안한 당대 최고의 학자를 만나 던진 질문도 “그래서 인텔이 어찌하면 되나요”였다. 우리에게 참고할 만한 조언이 있을까. 여기 그런 두 가지가 있다.

누군가에 따르면 급진적 혁신의 가장 지속된 놀라운 사례는 '다파 방식'이라 불리는 것이다. 인터넷·드론·스텔스·멤스(MEMS)가 여기서 시작됐고, 잉크젯 프린터나 닌텐도에도 이러한 기술이 들어 있다.

다파 방식의 운용 특성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야심 찬 목표다. 기업이라면 통상 연구소에서 하던 그런 목표를 넘어선 것이어야 한다.

둘째는 분명한 목표로 포장된 특별한 조직이라는 점이다. 개발에 주어진 기간은 야심 찬 목표에 비하면 짧다. 팀원은 그야말로 그 분야의 최고들로 구성한다. 단지 제품 개발 정도의 목표가 아니다. 새로운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를 만드는 데 둔다.

셋째는 자율성이다. 기업의 일상적 프로젝트팀의 모든 한계를 넘어 시도한다.

참고해 볼 만한 다른 사례는 시스코 방식 또는 줄여서 칠(CHILL)로 알려진 것이다. 다파 방식과 다른 듯 닮은 꼴이다.

첫째 시스코의 야심 찬 목표란 수십억달러짜리 새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둘째 사업 개발 상식은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 참가자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경영진이다. 사업 개발은 사흘 만에 결판낸다. 이틀 동안 책임자들이 제안을 만들고, 사흘째 할지 말지를 결판낸다. 셋째 이 프로젝트가 일단 시작되면 무슨 자원이든 활용할 수 있다.

물론 기업의 고민은 좋은 사례를 찾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많은 경우 “우리가 하기에는 아직”이란 답에 다다른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란 질문이 돌아오기도 한다. 여기에 마땅한 조언은 없다. 그럴 때 뒤적여 본 피터 드러커의 어록엔 이런 구절이 있다. “새로운 것을 원한다는 건 오래된 것을 그만두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If you want something new, you have to stop doing something 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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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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