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13조4000억원 규모의 1차 재난지원금 포함 총 100조원에 이르는 추경을 집행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추가 '재난지원금' 외에 '기본소득' 논쟁이 한창이다. 예년에 비해 올해도 100조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채 증가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 482조2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올해 3월 521조2000억원으로 7.1% 증가했다. 가계부채는 더 심각하다. 코로나19 이전보다 165조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출이자 3% 기준 가계의 이자 부담이 연간 5조원 증가하는 셈이다.
반면 국내 주요 은행권의 이자수익 비중은 90%에 이른다. 국내 은행의 이자수익 대부분이 국내 가계와 기업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유동성이 커지는 만큼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동성이 풍부해진 은행은 생존을 위해 대출을 확대하게 될 것이다. 경기가 좋지 못할 경우 은행은 대출 범위는 넓히는 반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자를 높이게 될 것이다. 신용카드 서비스 이자는 아직도 20%에 이르며, 국내 A은행은 최근 중저신용자 대상 1조5000억원 대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상황에서 기본소득 등 복지정책으로 유동성이 커지게 된다면 은행은 생존을 위해 대출을 추가로 확대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서민 삶은 더 피폐해질 것이다. 결국 정부는 서민들을 위해 돈을 찍어 지출하지만 이 돈의 대부분을 보관하는 은행의 속성상 실제 서민은 커진 유동성으로 대출 유혹과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다.
어려워진 서민의 삶을 위해 정치권에서 '재난지원금'이나 '기본소득'과 관련된 복지정책을 확대하려 한다. 그렇다면 이제 기존 화폐가 아니라 은행의 대출 유동성을 줄일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화폐 발행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비은행권에서 '알리페이' '위쳇페이' 등 '모바일페이'를 발행, 성공시켰다. 1조6300억위안(약 269조원)에 이르는 '모바일페이'가 발행됐음에도 은행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 환금성과 교환성이 높고, 사용 편의성이 높아 서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화폐지만 은행을 거치지 않아 대출 유동성으로 변형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안전성 확보와 유동성 확대를 피하기 위해 발행기관에 100% 지급준비율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면 여기에 사용되는 화폐는 별도 영역의 화폐로 발행되는 것이 옳다. 복지를 목적으로 선한 목적의 정부 지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서민의 목을 짓누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용 디지털화폐 '메타커런시'(Meta Currency)를 발행할 것을 제안한다.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의 화폐 '메타커런시'는 크게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유동성으로 말미암은 서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발행 화폐의 탈(脫)은행화가 필요하다. 둘째 과세 및 투명성 보호를 위한 디지털 형식 화폐여야 한다. 셋째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국내 전용 화폐로 발행돼야 한다.
'메타커런시'가 가상화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형식 화폐에는 블록체인 가상화폐 외에도 모바일페이, 지역디지털 화폐 등이 있는 만큼 각 장점을 취하는 화폐가 돼야 한다.
이제 정치권과 경제계는 과감한 결단과 함께 '메타커런시' 발행을 전제로 '복지예산'과 '기본소득'을 논의해야 한다. 집단지성을 모아 서민 가계와 기업을 보호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GEF) 이사 danwo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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