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생활 안정" 유보권한 발동
2분기째 국제 가격 상승분 반영 못해
한전 적자 가중…투자 동력 약화 우려
정부가 한국전력의 3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했다. 정부가 전기요금 상승을 막기 위한 유보 권한을 발동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 개편한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연료비 연동제)'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업계에서는 2분기에 이어 3분기 전기요금도 정상화하지 못하면서 올해 한전이 적자 늪에 다시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 실적이 악화하면서 에너지산업 전반 투자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전은 21일 '2021년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산정내역'을 고시하고, 3분기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2분기와 동일한 ㎾h당 -3원으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인하한 전기요금을 3분기까지 그대로 적용했다. 소비자는 계속 싸게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
정부와 한전은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벙커씨(BC)유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연동분을 반영해 분기당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정한다. 정부와 한전이 결정한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h당 0.0원이다. 1분기에 ㎾h 당 -3원을 적용한 가격이 그대로 3분기에도 적용된다.
정부는 국민생활 안정을 이유로 3분기 전기요금에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부터 국제연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영향으로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요인이 발생했다”면서도 “코로나19 장기화와 2분기 이후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안전을 도모할 필요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분기에도 '국민생활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 상승분을 막은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국제연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전기요금 상승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적연료비(세후 무역통계가격 기준)는 유연탄이 ㎏당 133.65원, LNG 490.85원, BC유 521.37원이다. 지난 2분기 실적연료비 대비 LNG는 3.56% 감소했지만 유연탄은 17.6%, BC유는 17.8% 증가했다. 지난 1분기 실적연료비와 비교해서는 각각 유연탄 20.0%, LNG 40.1%, BC유 39.7%가 상승했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유보로 이 같은 상승분을 계속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는 연료비 조정요금을 도입하면서 연료비 변동분이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되면서 가격신호 기능이 강화되고, 합리적인 전기소비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두 차례에 이은 유보 결정은 이 같은 기대를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올해 한전 실적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3분기에 전기요금을 올려도 기존과 비교해서는 전기요금이 정상화되는 것”이라면서 “한전이 지출하는 비용의 87%가 전력구입비여서 정상화돼도 한전은 올해 적자를 볼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한전은 물론 발전공기업 실적도 영향을 받는다”면서 “전력산업 전반에 투자가 약화되고, 산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