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한·아세안 금융협력센터' 파견기관으로 금융결제원 등 5개 기관을 선정했다. 외교부는 센터 파견기관에 공모 지원 결과 최종적으로 금융결제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예탁결제원 등 5개 기관을 확정했다. 센터는 이르면 다음 달 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공식 개소한다. 자카르타에 위치한 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에 설치된다. 센터장 인선 작업도 잠정 마무리돼 공식 발령을 앞두고 있다.
센터는 한국 금융 인프라 노하우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에 전파하고, 현지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앞둔 국내 기업을 전방위 지원하는 금융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센터는 국내 금융사와 기업의 아세안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지 자금 조달이나 금융 규제로 인한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면서 추진됐다. 정부 차원에서 통합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 별도의 금융 허브센터를 출범시킨 것이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사는 아세안 국가 곳곳에 현지 법인이나 사무소를 두고 현지 인력을 채용해 운영, 국가별 사업 영위에 비교적 큰 어려움이 없다.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해외 현지에 전문 인력을 두고 현지 금융규제 등에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에 진출해 글로벌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이 증가하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고, 이것이 한·아세안 금융협력센터 설립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대다수 아세안 국가는 국민 1인당 계좌 보급률이 50%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지급·결제 인프라 발전이 더딘 현실이다. 계좌 본인확인 후 실시간 송금·이체가 보편화된 한국과 달리 다수의 아세안 국가는 송금·이체 확인에 수 시간에서 하루가 걸린다. 이에 비해 한국은 1인당 여러 계좌를 보유하고 간편결제·송금, 비대면 금융거래 등이 활성화돼 있는 등 선진 금융 인프라와 정책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인당 계좌보유율이 향상되고 지급·결제 서비스가 고도화되면 자금흐름이 투명해지면서 국가 차원의 투명성 개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외교부는 유관 기관과 함께 현지에서 우선 추진할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센터 파견이 확정된 5개 기관은 글로벌 사업 비전을 토대로 아세안 지역에서 추진할 과제 선정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일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를 거쳐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금융협력센터 기능이 안정되면 정부가 직접 아세안 지역에서 펀딩을 주도, 현지 사업을 발굴·참여하는 수준의 기능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