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공유대학은 올 상반기 대학가 최대 화제였다. 차세대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부가 새롭게 실시한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이다.
혁신공유대학 사업은 국가 수준의 핵심 인재 10만명을 양성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의 신규 과제다. 여러 대학에 신기술 분야 교육자원을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산·학·연 컨소시엄(연합체)을 구성한다는 발상은 획기적이었다. 8개 분야 832억원 규모로, 가신청 단계에서만 전국 144개교가 몰렸을 정도다. 관심이 그만큼 높았다.
최종적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8개 분야 컨소시엄이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교육부는 내년에는 6개 분야를 추가, 총 14개 분야 1917억원(2022학년도)까지 지원 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규모가 갑절 이상으로 커지는 것이다. 더 많은 대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대학들은 혁신공유대학 사업 자체의 파급효과는 클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혁신공유대학은 고품질의 온라인 강의를 함께 듣고 오프라인으로는 학생에게 실습 등 학습 지원을 하는 '블렌디드 러닝' 방식의 수업을 만드는 것이다. 자리를 잘만 잡는다면 교육 혁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조차 혁신공유대학 사업에 대해 여전히 사업 실체가 모호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재정 지원 규모는 크지만 현실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 곳도 있다. 처음 실시하는 사업이란 점을 감안해도 참여하는 교수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해야 하고, 학사제도는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입장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컨설팅 등을 통해 구체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실행까지는 쉽지 않은 일임을 예고했다.
여전히 큰 숙제는 남아 있다. 디지털 신기술 발전에는 여러 지식 산업 간 융·복합이 필요하다. 소외된 인문사회계열 인재의 융합 교육을 끌어낼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대학 참여와 활성화가 숙제다. 현재 컨소시엄 내에서 지방대 참여 비중을 절반 가까이 뒀지만 8개 컨소시엄에서 지방대가 주관하는 분야는 단 1곳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AI이나 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에서 수도권대와 지방대 간 교육 수준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가운데 혁신공유대학 사업이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내년도 사업 예산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의 보완점을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