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종 유의종목·5종 원화마켓 페어 제거
코인 운영사 측도 사전 고지받지 못해
정식 사업자 앞드고 '문제 최소화' 해석
업계 "외부서도 '내부 기준' 판단 필요"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가 가상자산 수십종을 대거 상장폐지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상장폐지 사유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있어 프로젝트 운영사와 투자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 11일 17시 30분 상장 코인 25종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5개 종목은 원화마켓 페어를 제거한다고 공지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조치가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신고서 수리 컨설팅 신청 데드라인 시점과 맞물린 점을 고려할 때, 오는 9월 24일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수리를 앞두고 업비트가 문제가 될 여지를 최소하려는 취지로 해석한다. 실제로 타 가상자산거래소에서도 최근 한달 사이 무더기 상장폐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번 조치가 이례적인 것은 원화마켓 페어 제거 조치를 당한 5개 종목인 마로(MARO), 페이코인(PCI), 옵저버(OBSR), 솔브케어(SOLVE), 퀴즈톡(QTCON)이 거래량과 유동성 등에서 상대적으로 문제 소지가 적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특히 마로의 경우 업비트 관계사 두나무앤파트너스가 지난 달 31일 기준 300만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가상자산이다.
업비트는 5개 종목에 대해 동일하게 '원화마켓 페어 유지를 위한 내부 기준 미달'이라고만 밝혔을 뿐 자세한 사유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원화페어 해제의 경우 비트코인(BTC) 마켓에서는 여전히 거래가 가능해 엄밀한 의미에서 상장폐지는 아니다. 다만 유의종목에 지정된 코인은 공지 시점부터 일주일 간 소명을 통해 유의종목 해제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원화마켓 페어가 해제된 종목은 소명 절차가 없어 거래재개 가능성이 더 낮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코인 운영사 측도 원화마켓 페어 해제 원인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거나 내용을 고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 관계자는 “유의종목 지정과 원화페어 해제 종목 모두 심사 기준은 동일하다”며 “원화페어 해제 종목들의 경우 프로젝트 사업 성장가능성과 고객 관심도가 높다는 측면에서 일단 BTC마켓은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국내에서 발행된 가상자산인 이른바 '김치코인'의 경우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안전하게 보였던 코인도 예상치 못한 사유로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까닭이다. 특히 페이코인의 경우 11일 기준 거래가는 약 1200원대에 거래됐으나 공지 직후 하락을 거듭해 14일 한 때 400원대까지 떨어졌다.
다날핀테크 측은 “업비트 원화페어 제거 악재에도 페이코인이 진행하는 가상자산 결제 사업은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업비트의 비트코인 마켓을 포함해 국내외 많은 거래소에서 계속해서 매매가 가능하며 아울러 현재 활발한 결제 서비스 또한 지장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거래소가 상장과 상장폐지에 대한 기준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기준을 외부에서도 판단할 수 있도록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