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로 언제 어디서든 모든 기기에서 고화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혁신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책임자(CEO)는 12일 개막하는 세계 최대 게임박람회 E3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MS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MS는 옵시디안, 베데스다, 이드, 아케인스튜디오 등을 인수해 클라우드 게임에 힘을 주고 있다. 게임사를 모으면 클라우드 게임 개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 생태계 투자를 확대했다.

MS가 남다른 혜안을 타고나 이런 선택을 한 건 아니다. 패배의 교훈이다. MS는 윈도를 홈엔터테인먼트의 허브로 만들고자 '엑스박스'를 개발했다. 소니, 닌텐도, 세가 등을 잡기 위해 프로젝트명을 '미드웨이'로 정했다. 태평양전쟁에서 미군이 주도권을 가져오는 계기가 된 미드웨이 해전이 기원이다.

그러나 엑스박스는 20년간 경쟁제품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을 압도하지 못했다. 독점 게임이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에 비해 적은 탓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MS는 FASA, 번지, 디지털 앤빌, 앙상블스튜디오, 레어 등을 인수하면서 라인업 확충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국내에서 클라우드 게임을 즐기려면 이동통신사를 거쳐야 한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실망스럽다. 출시 후 10개월이 됐건만 태반이 구작이다. 하고 싶은 게임이 없다.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상당한 규모의 게임 개수를 내세워 홍보하지만 황학동 도깨비시장 가판에서 파는 '1000 인(in) 1' 휴대 게임기와 다를 바 없다. 출범만 시끌벅적했다.

피처폰 시절 모바일게임은 통신사에 종속됐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결국 구글과 애플에 주도권을 넘겼다.

클라우드 게임이 대세가 될지 안 될지는 모른다. MS가 이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MS가 해왔던 숱한 실책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윈도처럼 세계를 지배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좋은 플랫폼에서 좋은 게임이 유통된다는 것이다. 플랫폼을 키우려는 MS의 행보가 부럽다. 어쩌면 우리는 클라우드 게임으로 재편된 시장에서도 수수료 타령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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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