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인 지난해 6월 딜라이브와 CJ ENM 간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재로 타결됐다. 과기정통부 중재에 앞서 양사가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중재 과정에서 종전 입장만을 고수하지 않고 한발씩 양보, 합의에 이르렀다.
1년 후인 6월 현재에는 인터넷(IP)TV와 CJ ENM 간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싸고 격돌하고 있다. 현재 갈등이 1년 전 딜라이브와 CJ ENM 간 갈등의 기시감 또는 데자뷔라 하기에는 분위기가 천양지차다. 올해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라는 새로운 변수도 추가됐다.
IPTV는 CJ ENM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요구가 과도해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CJ ENM은 올해에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제대로 받겠다는 입장이다.
양 진영 모두 한 치도 양보 의사가 없다. 송출 중단도 불사하겠다고 하자 중단할 테면 하라고 맞서고 있다. 이보다 앞서 IPTV와 CJ ENM이 상대방을 향해 내뱉은 거친 수사로 말미암아 조성된 날 선 분위기를 추론하기가 충분할 정도다.
전례 없이 험악한 분위기에서 IPTV와 CJ ENM의 어느 한쪽 양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재 분위기가 지속되면 합의는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냉랭함이 지속되는 한 IPTV와 CJ ENM에 양보를 권유하더라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않을까 싶다.
IPTV와 CJ ENM이 주장하는 내용 모두 설득력 있고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유료방송·미디어 전문가라 해도 한쪽은 옳고 다른 한쪽이 그르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만한 합의 소식을 기다리면서도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싸고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고차원 방정식이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케이블TV와 지상파 방송사에서부터 케이블TV와 CJ ENM, IPTV와 CJ ENM 갈등까지 10년이 넘도록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 양상이 재현되는지 알 듯도 하면서도 모를 일이다. 방송 시장이어서 재방송은 이상한 일이 아니고,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 '재방송' 역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게 속이 편할 듯하다.
재탕, 3탕이 반복되는 건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갈등 해결을 위해 근본 처방이 아니라 임시방편만을 동원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유료방송 수신료가 한정된 상황에서 IPTV 등 플랫폼 사업자의 프로그램 사용료 지출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구조적 개선이 전제되지 않는 한 4탕, 5탕은 예고된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IPTV를 비롯해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CJ ENM 등 콘텐츠 진영 간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은 극복할 수 없는 천형(天刑)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정부가 갈등 해결을 위해 중재하든 개입하든 이전처럼 눈앞의 갈등 봉합에만 골몰해선 안 된다. 전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미봉책은 갈등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킬 뿐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됐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수긍했을 뿐 만족하지는 않았다.
IPTV와 CJ ENM이 맞서고 있지만 프로그램 사용료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담론에는 공감한다. 쉽진 않겠지만 기왕 마주 앉은 협상 테이블에서 반복돼 온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전과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정부도 종전처럼 합의를 종용할 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이 진지하게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구조적 한계 극복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분명한 건 더 이상 미봉책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 '재방송 10년'은 지겨워질 정도로 충분하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