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게 없네요. 희망고문도 아니고….”
최근 금융권과 전자금융업권을 취재하면서 이런저런 이슈를 파악하다 보면 '기승전 전금법'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빅테크 정보기술(IT)부문 검사 결과 자체 플랫폼에서의 간편결제 급증, 본인인증 등 다양한 논의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과 맞물려 있다. 문제의 해결책은 결국 국회에 달려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DX)을 조직 DNA에 심지 않으면 생존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위기감이 절실하다. 빅테크가 바꿔 놓은 금융 소비자의 입맛을 재탈환하기 위해서 수십년 동안 이어 온 일하는 방식과 문화, 소비자 접점 플랫폼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빅테크가 문을 연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으로의 진입까지 고민하고 있다. 테크핀 기업만큼 가볍고 역동적인 IT 인프라 기반의 새로운 조직을 탄생시키는 것은 금융 계열사 전반에 걸쳐 새로운 도전과 위기감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비해 관련 개정법안에 대한 국회 반응은 뜨뜻미지근해 보인다. 전금법 개정안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올랐지만 지금까지 논의 기회조차 한 번도 얻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사태 등 굵직한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되니 이제는 가상자산 이슈에 여·야가 뛰어들기 바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업계는 사실상 6월이 지나면 국정감사 준비 등으로 전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개월이 채 안 남았지만 금융위원회와 팽팽한 입장차로 맞선 한국은행 입장에도 큰 변화는 없다. 결국 국회에서 판가름나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지만 논의 테이블에 오를 날짜도 잡히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핀테크 업계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전금법 개정안 통과를 예상하고 이런저런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기약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혁신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금융권에 비해 국회와 유관기관은 평온해 보인다. 가상자산만한 비중의 사회 악재가 터져야 전금법 개정안도 제대로 조명받을 수 있는 것일까.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