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 핵심 소재와 부품 등 공급망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공급망 구축 계획은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미국·중국 모두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우리 기업들의 조심스러운 줄타기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특히 자국 내 투자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 금융 지원 등 각종 당근책을 함께 제시했다. 백악관이 내놓은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개선을 위한 검토보고서는 정책권고안에 미국 의회가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을 위해 최소 500억달러(약 55조65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우리 기업이 실리를 챙기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 자금 지원 확대와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가 핵심 정책권고안에 담기면서 미국에 진출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수준이 확대될 공산은 커졌다. 다만 주 정부와 연방 정부 지원이 분리돼 있어 혜택 규모 및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이 꼼꼼히 챙겨서 최적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미국이 자국 기업 육성을 통한 생태계 개선을 원하는 만큼 R&D 등 지원이 미국 업체 위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 내재화 및 경쟁력 제고는 우리 기업엔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인센티브 차별화 가능성을 포함한 미국의 불합리한 결정이 있다면 우리 기업은 물론 정부도 나서서 명확하게 의견을 낼 필요가 있다.
향후 중국과의 관계도 세밀한 모니터링과 대응이 중요해졌다. 반도체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우리 기업 입장에선 미국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되지만 한편으로 중국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반대급부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