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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단연 저출산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저출산 현상은 2020년 현재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나타나는 등 심각하다.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코로나19로 인해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유엔인구기금(UNPFA)이 발간한 인구연감에 따르면 저출산 심각성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1명으로 조사 대상 198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세계평균인 2.4명은 고사하고 선진국 평균인 1.6명에도 한참 못 미친다. 또 0~14세 인구 구성 비율도 12.5%로, 세계평균인 25.4%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저출산 현상이 지속된 결과물이다.

이처럼 심각한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으로는 가족 구성의 변화, 자녀 양육에 따른 생활비 및 교육비 증가, 출산 기피 문화 확산 등이 지적됐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고용 불안정 심화로 인한 결혼 연기를 들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여성의 경력단절이 저출산의 주요인이다.

여기서 우리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줄여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스웨덴의 사례를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은 1970년대에 합계출산율이 1.5명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가 4.5명이 넘던 것을 감안하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충격적 결과였다. 그러나 양성평등정책과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제고를 통해 2019년 1.9명으로 반등에 성공한 롤 모델이 되고 있다.

먼저 스웨덴은 1974년 세계 최초로 부모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제도인 '부모보험'을 도입했다. 육아휴직 기간은 현재 480일이며,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하루에 6시간까지 근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1994년 육아휴직 가운데 아버지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하는 '아버지 할당제'를 도입했다. 여성이 혼자 담당하던 육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다음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을 늘렸다. 스웨덴은 1970년대 50%에 불과하던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비율을 1990년대에 70%까지 끌어올렸고, 2019년 기준으로는 82%의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3.6%)과 한국(58.4%)에 비하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기 쉽도록 양성평등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9년 기준 20대 후반 75%에서 30대 58%까지 떨어진 뒤 40대 후반에 다시 70%로 반등한다. 이는 여성 경력단절 문제의 심각성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스웨덴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고 육아 여건이 정비되면서 출산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서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이들이 경제 주체로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성가장 창업자금 지원사업'을 꾸준히 시행해 왔다. 최근 저출산 심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 제도는 단순한 창업지원이 아니라 경력단절을 보완하고 출산율 제고에 일조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지속 관심과 획기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찍이 스웨덴 인구문제 위기와 해법을 제시한 공로로 1974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칼 군나르 뮈르달은 “여성이 가정과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지면 저출산이 심화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평등한 육아 정책,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근로 조건을 도입해야 한다”는 뮈르달의 가르침을 새겨볼 시점이다.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ceo@wbiz.or.kr